손녀의 '돈 자랑'에 중국 퇴직 간부가 당적이 박탈되고 재산을 몰수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11일 중국신문망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광둥성 선전시 기율위원회·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는 전날 선전시 교통국 화물운수관리분국의 전 분국장 중겅츠(75)의 당적을 박탈했다. 시 기율감찰위는 중겅츠가 불법으로 벌어들인 소득도 몰수하고, 부정 축재 등 심각한 기율·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해 처벌할 방침이다.
은퇴 16년 만에 그가 처벌받게 된 것은 그의 손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집안의 부를 과시하는 글을 올리면서다. '북극 메기'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중겅츠의 손녀는 지난 3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가족 7명이 호주에 이민한 사실을 알렸다.
그는 "우리 집의 막대한 재산은 많은 중국인이 제공한 것"이라며 "내가 어떻게 중국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적었다. 그러면서 "내가 아는 것은 우리 집 재산 규모가 아홉 자릿수(1억 위안·약 184억원)라는 것"이라며 "가고 싶은 나라가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의 비판이 쇄도하자 "살찐 돼지는 개숫물만 먹는다"고 맞받아친 후 "나를 욕하는 사람이 1년 동안 번 돈을 나는 하루 만에 다 써버린다"며 "집안에 청장급 이상 간부가 없는 사람은 나를 욕할 자격이 없다"고 반박했다.
자기 할아버지 사진을 올린 뒤 "횡령한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가 올린 사진으로 누리꾼들은 그가 중겅츠의 손녀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중겅츠는 "퇴직할 때까지 성실하게 일했는데 손녀의 철부지 행동 때문에 망연자실한다"면서 "상부에 해명했고, 엄격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의 결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속했던 조직의 명예와 손녀의 학업에 영향을 줄까 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해명에도 논란이 이어지자 선전시 교통국은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반년 뒤인 지난달 "정보 공개 조례의 규정에 따라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국이 그의 비리를 비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더욱 들끓게 됐다.
관영 매체 중국신문망이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만3000여명 가운데 93%가 조사 결과 공개를 요구했다. 관영 매체들도 조사 결과 공개를 압박했다.
결국 조사에 나선 기율감찰위는 중겅츠의 부정 축재 사실을 확인하고 처벌 절차에 착수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평론을 통해 "북극 메기가 신중하지 못해 부패 척결의 공을 세워 할아버지를 끌어 내렸다"며 "메기 한 마리가 큰 물고기를 밖으로 데리고 나왔는데 북극 메기는 후회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손녀의 언행을 비꼬았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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