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이 사라질 경우 현행 7% 수준인 보험료율이 10년 뒤 10%보다 높아져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방만한 의료비 지출 풍조에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까지 겹치며 내년부터 건보 재정 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1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2032년 건강보험 재정전망’을 발표했다. 정부가 지난 9월 내년도 건강보험료를 올해와 동일한 7.09%로 동결한 상황에서 향후 10년 간의 건보 재정 추이를 분석한 결과다.
예정처는 건보 재정이 내년부터 적자로 전환된 후 2028년 준비금이 소진돼 2032년엔 누적 적자액이 61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 내다봤다. 올해는 수입 93조3000억원, 지출 92조원으로 1조3000억원의 흑자를 보지만 내년부턴 지출 증가폭이 수입을 압도하며 1조4000억원 적자로 전환하고, 2032년엔 적자 규모가 2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내년 건보료율은 7.09%로 두고 2025~2032년은 최근 3년(2021~2023년) 평균인 연간 2.06%만큼 보험료율이 높아진다고 가정하고 재정 추이를 분석한 결과다. 현행 건강보험법은 월급 또는 소득의 8% 이상 보험료율을 올리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분석에선 2030년 보험료율이 8%에 도달해 유지되는 것으로 가정했다.
예정처는 이 같은 기본전망에 더해 보험료율, 국고지원 여부 등의 변화에 따른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기본 전망에서 다른 변수는 그대로 유지하고 건보법 개정을 통해 8% 상한을 폐지했을 경우엔 2030년 이후에도 보험료율 인상이 가능해지며 누적 적자 규모가 50조5000억원으로 기본전망 대비 11조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뿐 아니라 8% 상한 및 국고 지원이 사라진다는 가정 하에 건보 재정이 균형을 이루기 위한 보험료율인 ‘필요 보험료율’도 제시했다. 일찍이 보험료 수입만으로 지출 충당이 어려워지면서 정부는 건보법 및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최대 20%를 지원하고 있다. 5년 단위 일몰제로 당초 작년말 일몰될 예정이었지만, 이해 관계 단체들의 반대 끝에 2027년까지 연장된 상태다.
예정처 분석에 따르면 건보의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려면 내년에 결정되는 2025년 보험료율을 7.46%까지 인상해야 한다. 한 해만에 건보료가 5.2%가 높아져야 하는 셈이다. 2032년이면 필요 보험료율은 8.93%까지 높아진다.
하지만 이는 2027년 이후에도 건보에 대한 국고 지원이 이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수치다. 2027년 12월31일부로 건보에 대한 국고지원이 종료된 후 2028~2032년 매년 15조1000억~19조2000억원에 달하는 국고지원금을 보험료로 보전하기 위해선 2028년 보험료율을 9.4%로 급격히 높여야 한다.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9%)보다도 건보료율이 더 높아지는 셈으로, 건보료의 부과 대상 소득 범위가 국민연금보다 넓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입자들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은 더 크다. 이어 2032년 필요 보험료율은 10.06%로 10%선을 넘어선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