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작곡가 코드 쿤스트가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임을 절감하며 디지털 디톡스를 단행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하루 스마트폰 사용량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스크린 타임'이 8시간 반에 육박함을 확인한 그가 '금욕 상자'에 스마트폰을 가둬두는 모습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를 통해 최근 3개월간의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온라인상에서 '금욕 상자'의 언급량이 전년 동기간 대비 227.91% 폭증했다. 특히 '나 혼자 산다' 방영 직후인 지난 8월 12일 언급량은 54건으로 가장 많았다.
대학생 A(22)씨는 "방송을 보고 많이 놀랐다. 스크린 타임이 8시간이라고 디톡스를 하던데, 나는 13시간이 훌쩍 넘는다"며 자신 또한 디지털 디톡스를 숙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기(Digital)와 '해독하다'라는 뜻을 가진 '디톡스(Detox)'의 합성어인 '디지털 디톡스'는 한국 사회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2014년 645건에 불과했던 '디지털 디톡스' 언급량은 2021년 3159건, 2022년에는 5681건, 2023년 10월 현재까지 7649건에 육박하며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1년간 디지털 디톡스와 함께 언급된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을 멀리 하는 대신 독서, 산책, 운동 등 인터넷 없이도 향유 가능한 하루를 만드는 것이 디지털 디톡스의 트렌드이며, 대다수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가 직장인 44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이후 디지털 과부하를 겪고 있는지 질문한 결과, 응답자 전체의 과반이 '그렇다'고 답했다. 디지털 과부하로 인해 스트레스를 호소한 응답자 63.9% 중 53.7%는 '비대면 업무로 인해 메신저 연락이 잦아짐'을 스트레스의 이유로 뽑았다.
직장인 B(31)씨의 메신저 상태 메시지는 '문자, 카톡 X. 급한 건 전화 부탁'으로 3년째 변함이 없다. 그는 최근 휴일마다 "'열정 품은 타이머'(이하 '열품타') 어플을 켜 둔다"고 말했다. '열품타'는 스터디 스톱워치 앱 서비스로, 공부 시간을 기록하거나 휴대폰 기능에 제한을 둬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B씨는 "코로나19 이후 업무가 유연해진 건 사실이나, 재택근무가 일상으로 자리 잡으며 집에서도 노트북과 휴대폰을 달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업무 외 시간에라도 네모난 화면을 멀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A씨는 최근 인스타그램 어플을 삭제했다.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 시험에 합격한 친구들, 아는 건 이름 뿐인 타인의 성공담을 접하는 게 견딜 수 없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페이스북 친구가 많은 청소년일수록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의 분비가 많다는 캐나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유저의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인터넷이 일상화된 시대에 태어나 컴퓨터, 휴대 전화 따위의 디지털 기기에 친숙한 2030 청년들은 위와 같은 우울감에 더욱 취약하다. SNS의 활성화와 함께 개인 일상의 전시가 활발해지며 타인과의 비교에서 비롯된 박탈감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A씨는 "인스타그램을 삭제하니 남들 소식을 알 수 없어서 온전히 내게 집중할 수 있다"며 '카페인 우울증(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인스타그램 속 타인의 행복한 모습에 박탈·우울감을 경험하는 것)'에서 해방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썸트렌드에 따르면 낭만에 대한 언급량이 2021년 1월 이후 온라인상에서 2.6배 증가했다. 주로 '감성'이나 '카메라', '책' 등의 취미 콘텐츠를 수식하는 데에 사용됨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2030 사이에서 아날로그가 '시류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과 '느림의 미학'으로 묘사되며 새로운 취미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퇴근 후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는 대신 독서 모임에 향하는 직장인, 바이닐을 수집하는 대학생, 필름 카메라를 들고 현상소로 향하는 20대 등이다.
양윤 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 세대가 디지털 과부화가 기본값인 현 사회에서 나름의 속도와 여유를 찾은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며 "다만 좋은 장소가 금세 입소문을 타 유명해지면 핫플레이스가 되는 것처럼 소비 트렌드 역시 과열될 수밖에 없다. 2030 세대가 아날로그 트렌드의 의의를 잊지 않고 건강히 향유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수영·윤혜원(인턴)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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