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기업 에스원의 서울 세종대로 본사에 자리 잡은 연구개발(R&D)센터. 이곳에서는 지난 10일 CCTV를 활용해 수술실 내 의료진과 환자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실험이 이뤄졌다.
기자는 이날 수술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술실 CCTV 테스트에 참여했다. 카메라 앞에 서자 가로 2.5m, 세로 1.5m 크기의 대형 화면을 구성하는 16개 모니터에 기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촬영하면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를 봤을 때는 일반 CCTV 영상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하지만 녹화된 영상을 대형 화면에 띄우자 달라진 점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에스원 수술실 영상관리 솔루션(SVMS) 인공지능(AI)이 얼굴을 잘 보이지 않도록 흐릿하게 ‘마스킹’(비식별) 처리했다.
실제 수술실에 있는 것처럼 고개를 상하좌우로 흔들고 서 있는 위치도 바꿔봤다. 얼굴 위치가 이동할 때마다 SVMS는 기자 얼굴을 잡아내 마스킹했다. 출입 관리 영역에서 얼굴 인식 기술을 개발해온 에스원의 시스템이 SVMS에도 적용된 것이다. 이동성 에스원 R&D센터 연구팀장은 “우리가 보유한 수천만 건의 빅데이터를 토대로 AI가 얼굴뿐 아니라 사람을 찾아낸다”며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기능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얼굴 또는 전신을 마스킹하는 기능은 수술이 끝나고 저장할 때 선택사항으로 들어가 있다. 의료진과 환자가 굳이 마스킹을 원하지 않으면 또렷하게 공개할 수 있다.
에스원이 이 같은 기능을 시험하는 것은 무자격자 대리 수술이 사회문제가 돼서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 법’이 지난달 25일 시행되면서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에스원 측은 “올해 초부터 서울 소재 대형병원들이 문의해 설치를 완료한 곳이 있다”고 했다.
개정된 의료법에 따르면 전신마취, 수면마취 등으로 의식이 없는 환자를 수술하는 의료기관에서는 수술실 내부를 촬영하는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술 장면을 촬영하며 최소 30일간 영상을 보관해야 한다.
의료계에선 영상이 유출됐을 때의 파장 등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이에 에스원은 최첨단 기술을 집약해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모두를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 에스원은 SVMS에 얼굴 검출 및 추적 외에도 ‘워터마크’(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개발된 표식) 기술을 넣었다. 수술 영상을 녹화한 뒤 반출하면 내부 데이터에 고유 워터마크가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영상 속 워터마크는 화면 한쪽에 드러나지만 SVMS에선 숨겨져 있다. 동영상 위·변조 방지 기술로 에스원은 자체 특허를 보유했다.
반출된 영상은 암호화를 적용해 전용 재생기에서만 재생할 수 있다. 분실, 유출, 도난 등을 대비한 것이다. 동영상 캡처 시도 시 검은색 화면으로 바뀐다. 에스원 측은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를 계기로 사회 전반에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일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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