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치열한 통상 무대, 더 중요해진 무역기술장벽 대응

입력 2023-10-11 17:55   수정 2023-10-12 00:22

‘작은 국토 면적, 빈약한 자원 보유량, 줄어드는 인구, 제조업 지향, 단기간에 중진국 진입, 다수의 세계적 대기업 보유, 높은 교육 수준.’ 바로 우리나라 얘기다. 이런 조건을 갖춘 나라는 서비스와 제품 경쟁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수출이 매우 중요하다. 자유무역에 기반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는 해외시장에서 활발한 교역을 가능케 한다. 자유무역협정도 국가 간 경제적 거리를 줄여 교역을 활성화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무역기술장벽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무역장벽은 관세장벽과 비관세장벽이 있는데 비관세장벽은 위생 검역 조치, 수입 구제 조치(반덤핑, 상계관세) 등이 있다. 이 중 무역기술장벽은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으로 오늘날 그 비중이 가장 크고 중요하다.

WTO 무역기술장벽(TBT) 위원회에 통보된 각국의 기술규제 통보문은 2015년 1977건에서 지난해 3896건으로 늘어 연평균증가율(CAGR)이 8.85%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누적 건수도 2053건으로 전년 동기(1924건)보다 많다. 최근 탄소 절감과 에너지 효율 이슈가 현안이 되면서 각국은 이 부문의 규제를 늘리고 있다. 최근 2~3년 동안 에너지 효율 규제, 에코디자인, 폐기물 처리 등 건강과 보건, 환경 보호에 관한 기술규제 신설 비율이 높았다. 특히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핵심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을 발표했다. 이 법안은 향후 그린·디지털 전환 산업을 선도하려는 EU가 역내 관련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무역 상품의 소재 단계부터 제품, 사용 후 재활용 과정까지 전 주기에 영향을 미치는 무역기술규제다.

무역기술장벽에 대응하는 것은 그 이슈의 본질상 정부와 민간이 2인3각 경기를 하는 것과 같다. 정부는 무역기술장벽 대응 민·관 협의회를 비롯해 전문기관이나 업종별 단체와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해 정부가 취득한 해외 기술규제 정보를 업계에 전파하고,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는 채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해외 기술규제 대응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해외 기술규제 대응 정보시스템(KnowTBT 포털)을 새롭게 구축해 기업에 해외 기술규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급증하는 해외 기술규제 대응을 전담하는 TBT종합지원센터를 통해 해외 규제 정보를 수집·분석·전파하고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관련 업계와 수출 기업은 정부가 준비한 해외 기술규제 정보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출 대상 지역과 국가의 기술규제 관련 통보문을 챙기면서 목표 시장에서 어떤 기술규제 변화가 발생할 것인지 알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는 분위기에서 각국은 더욱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고 할 것이다. 수출 기업들은 무역기술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정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해외 규제 애로에 적기 대응하고 무역기술장벽을 극복해 경쟁력 있는 수출 기업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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