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아이 포함해 가족이 서울에 이틀 동안 머물 건데 렌터카가 없어도 될까? 이틀간 유모차 대여할 수 있는 곳도 알려줘.”
내년부터 외국인들이 서울 관광 코스를 짤 때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을 이용해 자기 나라의 말로 서울에 대한 각종 정보를 찾고 맞춤형 코스를 추천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11일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재단은 생성형 AI를 이용한 챗봇 서비스를 내년 ‘비짓 서울’ 홈페이지에 적용하기 위해 구글과 네이버 등 국내외 생성 AI 서비스 제공 업체와 협의하고 있다. 재단은 조만간 테스트 대상 업체를 복수로 선정하고, 연말까지 테스트해 본 뒤 내년에는 실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비짓 서울 홈페이지에서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말레이시아어 러시아어 등 총 7개 언어로 서울의 주요 명소, 이벤트 소식 등이 제공된다. 서울을 많이 찾는 외국인들이 주로 쓰는 언어를 반영했지만, 관광객의 ‘롱테일’(다양한 취향을 가진 소수 고객의 총합이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는 일)에 해당하는 ‘취향 저격형’ 관광 정보와 다양한 외국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AI 관광도우미를 활용하면 단숨에 한 번에 수십 개, 수백 개 언어로도 서비스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이벤트 상황이나 현지 정보를 즉각 반영할 수 있어 수요에 맞는 관광 코스를 척척 짜줄 수 있다.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목표로 하는 서울시로선 세계 각국의 잠재 방문객에게 서울의 풍부한 매력을 보여주기가 훨씬 쉬워진다는 얘기다.
관광재단은 이런 서비스를 위해 구글, MS(오픈AI)는 물론 네이버와 국내외 스타트업을 두루 접촉하고 있다. 특히 구글은 지난 5월 대규모언어모델(LLM) 팜을 이용해 만든 챗봇 서비스 ‘바드’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먼저 지원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LLM을 활용한 공공 서비스 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는 구글은 레퍼런스를 갖출 좋은 기회라고 보고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다. 시민들의 정보기술(IT) 활용도가 높고 반응이 빠르며 단일 언어를 사용하면서 문화가 개방적인 점 등에서 서울이 외국어 서비스의 테스트베드 최적지라고 판단한 것이다.
네이버도 잰걸음 행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8월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고 베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는 서버가 국내에 있어 해외 서버 이용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공공기관 가이드라인에 부합한다는 점, 한국어 데이터베이스가 독보적으로 풍부하다는 점 등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서울시 관점에서도 관광 서비스는 생성형 AI를 적용해 보기에 좋은 분야다. 개인정보나 민감정보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공개된 정보만으로도 완성도 높고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김은미 서울관광재단 스마트관광팀장은 “관광은 애초에 홍보를 목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기 때문에 생성형 AI의 데이터 수집에 관한 우려를 덜 수 있다”며 “그렇더라도 잘못된 정보를 그럴듯하게 제공하는 환각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소비자에게 실제 정보가 제공되기 전 최종 점검 과정을 둘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는 “지금도 여러 언어로 정보를 제공하려 하지만, 프랑스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수요가 있어도 제공하지 못하는 언어가 많았다”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언어 소통으로 인한 불편을 덜 겪으면서 서울의 매력을 보고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은/최해련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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