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m 길이의 거대한 로봇 팔이 바람 소리를 내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양 끝에 드론이 달린 1m 길이의 막대 모양 링크를 길게 이어 붙여 만든 로봇 팔은 움직임이 가뿐했다. 무거운 전기모터 대신 드론으로 구동하기 때문이다. 드론의 로터 기술을 기반으로 공중 작업용 로봇을 구동하는 시도는 세계 최초다. 서울대 인터랙티브&네트워크로보틱스연구실을 이끄는 이동준 기계공학부 교수(사진) 연구팀이 개발한 거대 로봇 팔 라스드라(LASDRA)의 모습이다.
이 로봇은 까마득하게 높은 곳이나 깊고 좁은 곳, 장애물이 많은 곳처럼 사람이 일하기 힘든 환경에서 다양한 작업을 해낼 수 있다. 링크를 더 이어 붙여 7m 이상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각각의 연결부가 관절 역할을 해 원하는 방향으로 구부리기도 쉽다. 보통 산업용 로봇 팔보다 자유도가 최대 두 배 이상 높다. 최소 7~8㎏의 무게를 들어올릴 수 있어 불이 났을 때 공중에서 대량의 물을 뿌리거나, 원자력발전소 같은 위험한 환경에서 사람 대신 고소 작업도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배터리 용량에 따라 작업 시간이 제한되고 세밀한 제어도 어려운 드론 대신 아예 로봇을 크게 만들어 공중에 띄워보자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이 주목받으면서 로봇공학에서도 소프트웨어에 연구가 치우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하드웨어 혁신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 로봇으로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
로봇공학 기술을 메타버스에 접목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동작하려면 별도 컨트롤러를 잡아야 해 섬세하게 손가락을 움직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 교수팀은 독자 개발한 손동작 센싱(감지) 기술과 햅틱 기술을 결합해 특수 장갑을 개발했다. 이 장갑을 끼고 메타버스에 접속하면 정교한 손가락 동작이 그대로 구현된다. 가상공간에서 만난 사람과 손을 맞잡고 함께 기구를 조작하는 상호 작용도 가능하다. 이 교수는 “메타버스의 ‘미싱 링크’를 로봇 기술로 채울 수 있다”고 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손만 뻗어 가상공간과 현실의 요소를 동시에 조작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특수 장갑을 낀 손으로 화면 속 드론 100대를 한데 모으거나 한 대만 끌어와 손가락으로 반 바퀴 돌리면 공중에 떠 있는 드론이 그대로 움직이는 식이다. 연구팀은 국방용 군집 드론 제어를 위한 인터페이스를 개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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