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셰비키혁명 이후 로드첸코는 또래의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구축주의에 매료됐다. 산업적 재료를 사용하거나 단순하고 기하학적 구조의 미술 작품으로 대중의 삶과 정신을 고양시키자는 뜻이었다. 그는 이념을 위해 회화를 떠나 그래픽 디자인 작업에 몰두했다. 그런데 로드첸코는 1920년대 유럽의 사진 작품을 접하고 또다시 사진으로 방향을 틀었다. 디자인 실력은 사진에서 꽃을 피웠다. 간결하고 역동적인 사선 구도 속에 사물을 배치한 그의 독특한 작품들은 감상자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여러 매체의 표지를 장식했다. 그러나 그의 사진들이 사회주의적이지 않다는 공산당과 비평가들의 비난 속에 로드첸코는 우울한 말년을 보내야 했다. 그의 작품들은 경기 성남시 아트스페이스J에서 열리고 있는 ‘파이오니어스(개척자들)’ 전에서 오는 26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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