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불황의 터널’을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올해 3분기 ‘조(兆)단위’ 영업이익을 거둬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3분기의 선전에는 반도체 사업 적자 폭이 줄어든 게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2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디스플레이도 모회사인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에 기여했다.
3분기까지 누적으로 10조원 넘는 손실을 낸 반도체 사업은 4분기 적자 폭을 줄이고 내년에는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를 기반으로 4분기에는 3조원대, 내년 1분기에는 5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서 3조원대 후반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1분기(-4조5800억원)와 2분기(-4조3600억원)에 이어 세 분기 연속 적자다.
하지만 적자 폭이 갈수록 줄어드는 등 긍정적 흐름이 포착됐다. 지난 4월부터 추진한 반도체 감산 효과가 3분기에 본격적으로 가시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감산 효과는 통상 감산 3~6개월 뒤에 나타난다.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바닥을 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9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3달러로 전달과 같았다. 4월부터 이어진 하락세가 멈춘 것이다. 여기에 고객사의 반도체 재고 소진이 맞물리면서 DS부문은 반등의 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AMD에 고성능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3’를 공급하는 것도 실적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HBM은 D램을 여러 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용량을 높인 제품으로 인공지능(AI) 기술 확산과 함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HBM3 가격은 최신 D램의 5~6배 정도로 알려져 있다.
D램 가격이 상승하는 흐름이 감지되는 데다 HBM3 판매량도 늘어나는 만큼 삼성전자 DS부문은 내년 상반기에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긍정적 전망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조4564억원으로 집계됐다. 내년 1분기 컨센서스는 5조233억원, 연간으론 32조7059억원이다.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8월 갤럭시 Z플립5·폴드5를, 애플이 9월 아이폰15 시리즈를 출시한 영향이 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갤럭시 Z5시리즈에 디스플레이를 납품하는 한편 아이폰15 시리즈에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아이폰15 시리즈의 흥행 여부에 따라 4분기 실적은 3분기를 웃돌 가능성도 있다.
김익환/황정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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