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이 닷새째 무력 충돌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주거지역에 '악마의 무기'로 불리며 사용이 금기시되는 백린탄을 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현지시간) 이타르타스 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당국은 이스라엘 점령군이 가자지구 북부 카라마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향해 백린탄을 사용하고 있다고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주장했다. 엑스(옛 트위터) 등 SNS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쏜 백린탄이라고 주장하는 동영상이 퍼지고 있다.
백린탄은 소이탄의 일종으로, 연소점이 높아 보통 건물 등을 태우는 용도로 쓰인다. 원료 자체가 맹독성인데다 산소와 접촉해 불이 붙으면 엄청난 열과 섬광·연기가 발생한다. 일단 불이 붙으면 물을 부어도 쉽게 꺼지지 않는다. 산소를 차단하거나 전부 연소하기 전까지 계속 타들어 가는 특성이 있다. 제네바협약과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등에 따라 주거지역이나 민간인 밀집시설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조명·연막 목적의 백린탄 사용까지 막는 규정은 없다.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 인근 지역 자국민에게 대피령을 내리면서 본격적인 지상전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날 밤 자국민에게 '72시간을 보내는 데 필요한 물자'를 충분히 마련하고 대피할 준비를 하라고 알렸다. 이를 두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미 30만명에 이르는 예비군을 소집하고 가자지구 접경에 탱크와 중화기를 집결시킨 상태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인한 양측 사망자는 벌써 2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이스라엘인 사망자는 1200명,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인해 가자지구에서도 900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1일 "하마스 공격에 의한 끔찍한 공포는 갈수록 더 분명해지고 있다"며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굳건히 서 있다"고 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국을 방문 중인 미국 상원의원 대표단과 면담하며 하마스의 무차별적 공격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의 규탄 메시지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윤 대통령과 대표단은 이번 사태가 조속히 종식돼 역내 긴장이 완화되고 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나가자는 데에 공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또 윤 대통령은 앞선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에서는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아서 골든 타임을 놓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여러 국가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사안인 만큼 사태의 확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오늘 모든 관계 부처는 논의되는 사안을 토대로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우리 국민이 조금이라도 피해를 보거나 위험에 빠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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