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진리에게'는 감독님이 이전까지 보여준 작품들과 결이 조금은 다른 거 같습니다."
"제가 이래서 관객들 질문을 받기가 싫었어요."
"영화가 기획될 때와 이후 상황이 달라졌고, 인터뷰 내용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가 없는 상태에서 영화가 개봉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요."
"기자인가 보네요."
"생전의 아름다웠던 모습을 이렇게라도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이 영화에 공개된 것 외에 이전에 촬영됐던, 추가적으로 공개될 영상이 있을까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혹시 넷플릭스에서 오셨나요?"
정윤석 감독은 7일 부산시 해운대구 CGV센텀에서 진행된 영화 '진리에게' 상영 및 GV에서 한 말이다. '진리에게'는 설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최진리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마지막으로 진행했던 인터뷰를 중심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로 '페르소나:설리'의 한 에피소드다. '페르소나:설리'는 당초 5편으로 기획됐으나, 최진리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제작이 중단됐다.
영화의 시작은 "안녕하세요, 최진리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그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인간 복숭아'로 불릴 만큼 화사하게 웃던 그의 모습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면서 그 자체만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본인이 예쁘다고 생각하세요?"라는 첫 질문을 시작으로 '진리에게'는 '오즈의 마법사' 동화에서 따온 4개의 챕터를 따라 정 감독이 묻고, 최진리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진리의 유작 '도로시'에서 따온 것. 여기에 '페르소나:설리'의 또 다른 단편 '4:클린 아일랜드'를 찍는 작업 스케치와 최진리가 생전에 작성한 일기장과 그림 등이 삽입됐다.
하지만 '진리에게'를 볼수록 안타까움보다는 불편함을 자아낸다. 그 중심에는 정윤석 감독이 던지는 질문에 있다. "진리 씨가 '관종'이라고 생각하시냐", "당신을 힘들게 한 건 시스템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냐" 등을 물으면서 집요하게 최진리를 생전에 괴롭혔던 우울증에 대해 답변을 들었다.
다소 장황한 질문에도 최진리는 자신만의 맥락으로 해석하고, 최선을 다해 답을 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 모습이 더 안쓰러운 감정을 자아낸다. 특히 해당 내용들은 생전에 그가 이끌었던 웹 예능 '진리상점'에서 말했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남긴다. '진리에게'에서는 "잘 살고 싶었다"고 말하며 슬픈 눈으로 웃는 최진리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 이는 "좀 예뻐해 달라"는 '진리상점' 속 모습 같은 맥락으로 겹친다.
영화가 공개된 후 정윤석 감독은 GV에서 "모든 다큐멘터리 감독의 원칙과 윤리는 주인공의 삶을 존중하며 선을 넘지 않는 것"이라며 "주인공인 최진리 씨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지만, 인터뷰의 의도성이 엿보이는 연속된 질문이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것.
"전날 잠을 거의 자지 못해 피곤하다"는 정 감독은 GV 내내 다소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최진리의 팬이라고 밝힌 관객이 촬영분 중 다른 부분에 대한 공개 여부를 물음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넷플(릭스)에서 오셨나"라고 반응하는가 하면, '진리에게' 개봉과 관련된 우려를 물음에 대한 첫 반응 역시 "기자인가보다"였다. '진리에게'는 최진리가 생전에 촬영됐지만, 공개는 그 이후에 됐다. 본인이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어떤 맥락, 어떤 의도로 선보여지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론권이 없는 현 상황에 대해 충분히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음에도 이런 반응조차 부담스러워하고 이를 숨기지 않는 것으로 보여졌다.
다만 정 감독은 "2명의 여성 인권 변호사, 1명의 정신과 전문의에게 자문했다고 강조했다. 정윤석 감독은 "유가족의 보호, 고인의 영예에 접촉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수차례 검토했다"며 "많은 사람이 슬픔을 갖고 있고, 이 영화가 애도 측면에서 다가가야 한다면, 어떻게 전달돼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진리에게'는 유족들이 승낙하면서 세상에 공개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감독은 "(유족들에게) 영화가 나오기 전부터 인사드렸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만든 이유에 대해 "고인의 말씀들은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지는 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여성의 문제, 약자의 문제, 평등의 문제일 수 있다. 어떤 측면에서 바라봤을 땐 중요시하는 가치를 함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진리에게'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최초 상영됐다.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 시기를 논의 중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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