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보다 실업급여 더 많이 받는데 '편돌이' 왜 하나요?"

입력 2023-10-11 12:00  


<i>"한국에선 실업급여를 수급하다 최저임금 일자리로 취업할 경우 오히려 세후소득이 감소해 근로의욕을 저해할 것(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22)"</i>

실업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높은 우리나라 실업급여 제도가 실업자의 취업 의지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함께 출산, 육아를 위한 모성보호급여가 실업급여 계정에서 지출되는 점과 폭넓은 수급 자격, 느슨한 관리체계 등도 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실업급여액 月 185만원세후 최저임금보다 높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1일 발표한 '우리나라 실업급여 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구직급여(실업급여) 하한액(최저임금 80%)은 평균 대비 44.1%"라며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총은 우리나라의 실업급여 수급자의 70% 이상이 하한액을 적용받고 있는 비정상적 수급 구조가 문제라 분석했다. 경총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서 최저임금과 연동된 실업급여 하한액이 급격히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직자의 실업급여액은 최소 월 185만원이다. 올해 최저임금(201만원·세전)의 92%에 달한다. 세후 기준 실수령액을 기준으로 하면 실업급여액이 오히려 일하면서 받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후 최저임금은 179만9880원이다.

경총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근로자가 충족해야 할 기준기간과 기여기간이 짧다는 점도 문제라고 봤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선 실직 전 18개월 동안 사업장에서 근무한 기간이 180일 이상이어야 한다. 경총 관계자는 "반복적인 구직급여 수령이 용이해 실업급여 제도의 비효율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과 OECD 주요국의 구직급여 기준기간과 기여기간을 비교해 보면 차이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기준 일본과 독일의 기준기간과 기여기간은 각각 24개월, 12개월이었다. 프랑스의 기준기간 역시 24개월이었고, 기여기간은 130일 또는 910시간이었다.

경총은 육아휴직 급여 등 모성보호급여가 당초 사업 취지와 맞지 않게 노사가 조성한 고용보험기금(실업급여 계정)에서 지출되고 있다는 점도 개선돼야 한다고 봤다. 경총 관계자는 "모성보호비용에 대한 국고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정부 일반회계 지원은 모성보호급여 지출 총액의 10%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구직급여를 여러 번 받아 가는 반복 수급자에 대한 미흡한 제재 △99.6%에 달하는 실업급여 수급 자격 인정률 △초단시간 근로자 기초일액 산정 시 1일 소정근로시간이 3시간 이하인 경우에도 4시간으로 간주 등 실업급여 제도에 대한 문제점이 많다는 설명이다.

경총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 운영하지 않는 조기재취업수당 제도도 일종의 취업 축하금 정도로 실업시간 단축이나 장기실업자 재취업 촉진 등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봤다. 조기재취업수당 제도는 구직자가 재취업에 성공하면 추가적으로 수당을 지급받는 제도다.
"기형적이고 불공정한 실업급여 조속히 개선해야"
경총은 현행 실업급여 제도 개선방안으로 구직급여 하한액을 폐지하고 구직급여액은 평균임금의 60%인 현행 기준을 준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준기간은 현행 18개월에서 24개월로, 기여기간은 180일에서 12개월로 조정해야 한다고 봤다.

이와 함께 △모성보호급여에 대한 국고지원 확대 △실업급여 수급자격 및 관리체계 재검토 △조기재취업수당 폐지·축소 등을 제안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실업급여제도를 지나치게 관대하게 운영하면서 곳곳에서 도덕적해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일하는 사람이 실업자보다 더 적게 받는 기형적이고 불공정한 구직급여 제도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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