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는 11일 광주시와 화성군 등에 '정율성 기념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이른 시일 내에 이미 설치된 정율성 흉상 등 기념시설도 철거할 것을 권고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이날 서울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율성은 6·25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북돋운 팔로군 행진곡과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 군가를 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적군으로 남침에 참여해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하는데 앞장선 인물"이라며 정율성 기념사업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광주시에는 '정율성로(도로명)'와 '정율성 거리 전시관'이 있다. 전시관 내엔 정율성 흉상과 동판 조각상도 설치돼 있다. 광주시는 또 연말까지 48억원을 들여 '정율성 역사공원'을 조성하는 사업과 3억9000만원을 투입하는 '정율성 전시관' 조성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전라남도 화순군에는 정율성 고향집 전시관이 있고, 화순군 소재 능주초등학교에는 정율성 흉상과 벽화 등 기념시설이 설치돼 있다.
박 장관은 정율성 기념사업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목숨바친 호국영령과 그 유가족의 영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법 184조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지자체의 사무에 대해 조언 또는 권고나 지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188조에는 지자체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될 경우, 주무 장관이 서면을 통해 시정을 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박 장관은 정율성 기념사업 철회 요구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헌법에도 본질적인 부분이 있고 그보다 낮은 부분이 있다"며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가치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보훈부가 지자체의 기념사업에 제동을 걸 권한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자치법 제187조는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사무를 처리할 때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 이를 협의·조정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으로 행정협의조정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장관은 "국가유공자를 예우하는 것이 보훈부 장관의 소관이라면 국가유공자가 폄훼당할 때 나서야 하는 것도 보훈부 장관"이라며 "보훈단체의 많은 분들이 항의하는 상황에서 (시정권고는) 당연히 보훈부 장관의 책무"라고 말했다.
보훈부는 이날 광주시와 전남 화순군 등에 시정권고를 담은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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