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분쟁으로 성지순례관광시장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급격한 속도로 회복하던 관련 시장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2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성지순례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들은 지난 9일부로 이스라엘행 성지순례 여행 상품 출발을 취소하기 시작했다. 외교부가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만큼,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성수기 특수를 완전 놓치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별여행주의보는 외교부가 현지의 상황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최장 90일간 발령할 수 있다.
각국의 주요 항공사 역시 이스라엘로 향하는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9일 인천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떠나려던 항공편을 결항했다. 미국 델타·아메리칸·유나이티드 항공 역시 자국 주요 도시에서 텔아비브로 향하는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국내 관광업계에선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성지순례관광시장이 올해 반 토막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성지순례전문 여행사 대표는 "돌아오는 성수기 특수를 놓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올해는 관련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상 성지순례관광시장에선 가을과 겨울이 성수기로 꼽힌다. 이스라엘·요르단·이집트 등 현지 날씨가 한국의 가을, 초겨울 수준으로 선선한데다 한국의 혹한기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이스라엘을 방문한 한국인의 86.7%가 한국의 가을·겨울에 해당하는 1~3월, 10~12월에 출국했다.
성지순례관광 코스 중 핵심인 이스라엘에서 분쟁이 벌어졌다는 점도 피해를 극대화했다. 요르단·이집트 등 다른 국가를 방문할 수는 있지만 이스라엘 코스를 제외하면 여행상품이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은 예수가 매장된 후 부활한 장소로 알려진 무덤이 있어 성지순례의 '핵심 코스'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올해 중 분쟁이 종료되기만 한다면 내년에는 관련 시장이 빠르게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성지순례를 떠나려는 사람들의 수요는 유럽·동남아시아 등 일반적인 해외여행지로 떠나려는 사람들에 비해 출국에 대한 간절함이 큰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만큼 여행 수요가 탄탄하다는 의미다.
마니아층의 수요가 이어지는 만큼, 성지순례관광시장은 '알짜 시장'이란 평가를 받는다. 실제 관련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보여왔다. 법무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3년 2만8000명에 불과했던 내국인 이스라엘 관광객 수는 2019년 6만400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에선 이스라엘로 향한 관광객 대다수가 성지순례를 위해 떠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관광청 관계자는 "성지순례관광을 떠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제력이 있는 50·60대"라면서도 "최근에는 20·3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의 수요도 많아지고 있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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