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전성시대…국회 고위직도 기재부 차지 [관가 포커스]

입력 2023-10-12 15:30   수정 2023-10-12 15:57


윤석열 정부 들어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 출신 간부들이 중용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행정부뿐 아니라 입법부인 국회 고위직에도 잇따라 기재부 출신 간부가 선임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강종석 기재부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 부단장을 신임 경제산업조사실장(사진)으로 12일 선임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07년 설립된 국회의 입법·정책 조사분석 기관이다. 경제산업조사실장은 재정·조세·금융·외환·산업·자원·국토·해양 분야의 입법 및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8월 경제산업조사실장 선임을 위한 개방형 직위 공고를 냈다. 전임 K실장이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저지른 혐의로 국회 인권센터 조사를 받은 후 해임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K실장도 세제실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기재부 간부 출신이다. 해당 직위가 개방직으로 변경된 후 연이어 기재부 출신이 자리를 꿰찬 것이다.

1969년생인 강 신임 실장은 군산동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행시 38회로 조달청에 입직한 후 1999년 재정경제부(현 기재부)로 옮겼다. 기재부에서 정책조정국 기업환경과장, 산업경제과장, 정책조정총괄과장을 지낸 대표적인 ‘정책통’이다.

2021년 요소수 사태가 불거진 후 기재부에 설치된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을 이끌며 핵심 원자재 관련 공급망을 확충하는 데 주력해 왔다. 정책조정총괄과장으로 근무하던 2017년엔 기재부 직원들이 뽑은 ‘닮고 싶은 상사’(과장급)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재부 내부에선 강 부단장의 이직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정책조정국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간부들은 현안을 총괄·조율하는 역량이 탁월하다”며 “문제는 다른 부서로 갈 기회가 적다 보니 승진이 바늘구멍을 뚫기보다 어렵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물론 현 정부 들어 기재부 출신들이 행정부뿐 아니라 입법부 고위직까지 잇따라 진출하는 것에 대해선 다행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기재부는 행시 재경직 출신 공무원 비중이 높아 인사 적체가 심한 부서 중 하나다. 기재부 고참 국장급 행시 기수도 다른 부처에 비해 훨씬 높다. 최근엔 기재부 출신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삼성전자로 이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만 기재부 고위 공무원들 사이에선 ‘기재부 전성시대’가 유독 부각되는 것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다. 자칫 다른 부처의 반발로 통상 기재부 출신이 선임되는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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