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라벨은 길수록 좋다. 생산자의 자신감과 소비자에 대한 배려를 보여준다. 라벨은 커피가 어디서 자랐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추적할 수 있는 수단이다. 앞서 소개한 라벨을 따라가 보자. 커피 등급, 생산지역, 농장, 품종, 생산지역의 해발고도, 가공 방법, 로스팅 정도, 향미 순서로 소개하고 있다.
처음 보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답답해할 필요는 없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케냐AA TOP는 커피의 등급이다. AA는 케냐커피협회에서 정한 최고의 아라비카 등급이다. 생두가 일정 기준 이상으로 크다. 향미 등 품질이 좋으면 TOP를 붙여 스페셜티 커피임을 인증한다.
낯선 영문 이름이 나오면 대부분 농장과 그 농장이 있는 동네다. Karatina Nyeri는 지역, Kiandu는 농장명을 표기한 것이다. SL28은 커피 품종인데, 한 개만 적혀 있으면 싱글 오리진, 여러 개 적혀 있으면 블렌딩 커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700masl은 해발고도 1700m에서 키워졌다는 뜻이다. 해발고도 1200m 이상 되면 괜찮은 커피 생산지라고 명함을 내민다.
라벨을 읽으며 커피를 경험하는 습관이 생기면 나에게 맞는 커피를 찾기가 수월해진다. ‘바리스타의 선생님’ 역할을 맡는 최용석 스타벅스 커피 앰배서더에게 커피 취향을 찾는 방법에 관한 조언을 들어보자.
최 앰배서더는 먼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의 향미에 커피를 맞춰보라”고 했다. 포도를 좋아한다면 단맛의 향미를 내는 원두를 고르고, 자몽을 좋아하면 산미가 있는 원두를 선택하는 식이다.
그다음 선호하는 테루아(산지)를 찾는다. 커피는 토양의 영향을 받아 산지별로 특색이 나타난다. 커피가 많이 생산되는 60여 개 국가는 ‘북위 25도, 남위 25도’ 인근에 몰려 있어 ‘커피 벨트’라 부른다. 최 앰배서더는 “중남미 지역은 견과류 풍미의 균형 잡힌 부드러운 맛, 아프리카 지역은 과일의 풍부한 향미, 아시아는 흙내음의 깊고 강한 무게감이 느껴진다”고 소개했다.
커피의 향미를 좌지우지하는 데는 가공 방식도 한몫한다. 기본적으로는 워시드(수세식)와 내추럴(자연식)이 있다. 워시드는 생두를 물에 세척해 과육을 제거하는 가공 방식이다. 깔끔하고 산미가 뛰어난 풍미를 느끼게 한다. 내추럴 방식은 물을 사용하지 않고 열매 그대로 건조해 단맛을 배가한다. 하지만 건조 과정에서 상태 변화에 따라 맛이 변하는 단점이 있다.
원두의 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적합한 로스팅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스페셜티커피협회(SCA)에선 8단계로 로스팅 단계를 나눈다. 약하게 볶을수록 산미가 살아나고 강하게 볶으면 쓴맛이 더해진다. 국내에서 즐겨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중간 단계인 ‘시티로스트’를 적용해 강한 단맛과 중간 쓴맛, 약한 신맛이 난다.
커피 추출은 커피 향미를 결정짓는 마지막 단계다. “핸드드립을 선호한다”는 최 앰배서더는 “정수된 물을 끓인 후 한 김 식었을 때 90~96도에서 천천히 추출해야 커피의 향미가 배가된다”고 설명했다.
최 앰배서더가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비법은 “소리를 내며 마시는 것”이다. 공기와 함께 “후루룩”하며 마셔야 향과 맛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커피 이론을 공부하기 적합한 책을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최 앰배서더는 고개를 저었다. “커피는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지요. 도전하세요! 인생 커피가 찾아올 겁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