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이 커피는 너무나 달콤하구나. 천 번의 키스보다 황홀하고 백포도주보다 부드럽다.”
300년 전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작품 속 아리아에서 표현된 커피의 향미다. ‘커피 칸타타’란 별명이 붙은 바흐의 희극 ‘칸타타 바흐 작품번호(BWV) 211’에는 커피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희극 속 표현을 통해 상상해 보자. 그녀가 마신 커피는 에티오피아의 어느 좋은 농장에서 자줏빛으로 익은 커피체리를 수확해 수세식(워시드)으로 씻어 말린 화려한 산미의 게이샤가 아닐까. 부드러운 목 넘김이 느껴지도록, 분명 밝은 밤색 정도로 원두를 볶아낸 뒤 뜸을 들이며 천천히 커피를 뽑아냈으리라.
커피 한 모금에서 느껴지는 향미는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수천, 수만 가지 요소가 압축된 결과다. 원두 품종의 유전적 특성부터 산지의 기후와 환경, 가공 방식, 유통, 로스팅, 추출 과정이 모두 변수가 된다. 심지어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기분조차 맛에 영향을 준다. 끊임없이 커피를 탐구하며 취향에 꼭 맞는 커피를 발견했을 땐 잠자던 관능이 깨어난다. 그것이 카페인 효과라 할지라도, 창작가들이 커피에 집착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독일 가곡의 왕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는 소문난 커피 애호가였다. 낡은 원두 그라인더를 재산목록 1호라고 자랑했다. 그의 가곡 ‘죽음과 소녀’는 커피를 분쇄하면서 향기를 감상하다가 갑자기 악상이 떠올라 쓴 곡으로 전해진다.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는 에티오피아의 하라 커피에 푹 빠졌다. 미국의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킬리만자로의 눈>을 집필한 배경엔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커피에 대한 사랑 때문이란 이야기도 있다.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커피 향미는 어떤 것인가. 여러 원두가 섞이지 않은 단일 품종의 ‘싱글 오리진’을 몇 잔 준비해 취향 탐험을 떠나보자. 한 모금으로도 오감을 자극하는 나의 취향, 나의 커피를 찾아서. 이번 주말, 커피 취향을 탐색하기 가장 좋은 곳이 있다. 14, 1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서 열리는 ‘2023 청춘, 커피 페스티벌’이다. 커피 탐험으로 자신을 발견하는 특별한 여정에 초대한다.
2023 청춘, 커피 페스티벌 올가이드
지하철에 올라 서로에게 몸을 찰싹 붙이고 가깝게 들리는 서로의 숨소리를 감내한 끝에 도착한 사무실. 방금 내린 커피 한잔을 들고 책상에 앉는다. 컵을 입에 가까이 대자 따뜻한 김과 함께 커피 향이 얼굴에 은은하게 스며든다. 호호 불어 조심스레 삼킨 커피 한 모금. 부드러우면서도 쌉쌀한 뒷맛에 눈이 뜨이고 정신이 뜨인다. 그제야 하루를 시작할 결심이 선다.
어딘지 모르게 찌뿌듯한 아침을 ‘커피 마시기’라는 일종의 의식으로 시작하는 청춘들이 많다. 이들에게 커피는 단순히 ‘좋은 향이 나는 음료’가 아니다. 치열하고, 때로는 고단한 하루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는 음료다.
국내 최대 커피 문화 축제인 ‘2023 청춘, 커피 페스티벌’의 올해 주제는 ‘커피, 일상을 혁명하다’이다. 커피와 함께 청춘의 ‘갓생(god+生)’을 응원하자는 취지다. 신(神)을 뜻하는 ‘갓’과 인생을 뜻하는 ‘생’을 더한 이 신조어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의미있고 부지런한 삶을 살아가는 생활양식을 의미한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14일과 15일 이틀간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일대(아레나 광장, 월드파크, 스트리트 등)에서 열린다. 다양한 커피는 기본이고, 다채로운 문화 공연과 행사도 함께 준비됐다.
청춘의 갓생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페스티벌인 만큼 열정 넘치는 무대들이 이틀 내내 펼쳐진다. 첫날인 14일 오후 2시40분 밴드 ‘3.14(삼점일사)’가 그 포문을 연다. 오후 5시부터는 ‘괴물 신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걸그룹 ‘키스오브라이프’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신인답지 않은 강렬한 퍼포먼스와 안정적인 가창력으로 지난 7월 데뷔하자마자 뜨거운 관심을 받은 그룹이다.
오후 6시30분에는 ‘역주행의 아이콘’인 ‘브브걸’(옛 브레이브걸스)이 공연한다. 브브걸은 데뷔 10년 만인 2021년, 2017년 발표한 곡인 ‘롤린’이 뒤늦게 조명받으며 음원차트 역주행 신화를 이뤄낸 인기 걸그룹이다. 키스오브라이프와 브브걸의 공연 사이에 커피를 주제로 한 ‘29초영화제’도 개최된다.
다음날인 15일 공연 무대는 그야말로 청춘의 기운이 샘솟는 아티스트들로 채웠다. 엔도르핀이 솟구치는 파워풀한 공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감미로운 공연을 통해 청춘들의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할 예정이다.
오후 2시20분에는 비보이 그룹 ‘더구니스크루’가 포문을 연다. ‘대한민국 최초 해군 출신 비보이팀’으로 불러달라는 이들은 각종 국제 대회에서 우승한 실력파다. 전통·무용·미디어 등 다른 장르와 융합한 새로운 댄스 퍼포먼스를 시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더구니스크루가 한껏 끌어올린 분위기를 ‘분리수거 밴드’가 이어받는다. ‘팬들의 근심과 걱정을 분리수거해 간다’라는 뜻을 가진 분리수거 밴드는 흥 넘치는 퍼포먼스와 밴드 음악을 접목한 4인조 인디밴드다. 이들의 공연은 오후 3시30분부터 시작된다.
뜨겁게 끓어오른 행사장의 열기, 이제는 차분해질 시간이다. 싱어송라이터 이바다와 주시크의 연이은 무대는 청춘들이 단단하게 내일을 살아갈 에너지를 줄 예정이다. 중저음의 허스키한 목소리, 그리고 간드러진 고음으로 두꺼운 팬층을 구축한 가수 이바다는 특유의 대체 불가능한 음색으로 몽환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그다음 공연은 세련되면서도 감미로운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가수 주시크가 장식한다.
볼거리, 즐길거리 가득한…2023 청춘, 커피 페스티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사는 ‘갓생러’(모범적인 삶을 사는 사람)라면 이틀간 끝없이 펼쳐지는 ‘2023 청춘, 커피 페스티벌’의 다채로운 이벤트는 최선을 다해 즐겨봄 직한 대상이다. 커피를 사랑하는 갓생러(갓생러 지망생도 상관없다)라면 누구든 환영이다. 커피의 향긋한 향과 맛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갈 에너지를 얻어가고 싶다면 이번 주말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앞 잔디광장에 놀러 가는 걸 강력하게 추천한다.
올해 열리는 2023 청춘, 커피 페스티벌에서도 예년과 같이 넉넉한 선물 보따리가 준비됐다. 이틀에 걸쳐 세 번 진행되는 현장 경품 증정 이벤트를 놓치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첫날인 14일에는 오후 1시40분부터 2시40분까지, 오후 4시2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두 차례 이벤트가 열린다. 15일에는 오후 1시2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진행된다. 공연티켓, 커피원두, 피크닉매트 등을 증정한다.
이벤트에는 롯데뮤지엄에서 열리는 ‘미술계의 스타’ 오스틴 리의 국내 최초 개인전 ‘패싱 타임’ 티켓, 올해 10주년을 맞아 더욱 강력한 캐스팅으로 돌아온 뮤지컬 ‘드라큘라’ 티켓이 경품으로 나온다. 뮤지컬 드라큘라 공연은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다.
행사장 곳곳에서 진행되는 이벤트도 놓치지 말자. 이번 페스티벌의 메인 캐릭터 ‘올숑이’ 모양 솜사탕을 나눠주는 행사도 열린다. 시간대별로 60개만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만큼 서둘러야 한다. 영수증 사진기(포토박스)로 사진을 촬영해 인쇄한 사진을 페스티벌 기념엽서에 붙인 뒤 스티커 등으로 꾸미는 ‘청춘기록’ 이벤트도 있다.
행운을 불러오는 ‘부적 자판기’도 운영한다. 행운 문구와 함께 올숑이 캐릭터가 그려진 부적(기념카드)을 랜덤으로 받을 수 있는 이벤트다. 방문자별로 한 번씩 참여할 수 있다.
뽑은 부적의 이미지를 SNS에 올리면 행사 종료 후 카드 종류별로 10명씩 추첨해 경품을 제공한다. 이외에 스탬프 투어를 완료한 방문자를 대상으로 한 ‘가챠머신’ 경품 뽑기, 각자의 개성에 맞게 텀블러 도안을 색칠한 뒤 이를 텀블러에 끼워 가져가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축제 현장에 마련되는 40개 부스를 하나씩 ‘도장 깨기’하는 것도 2023 청춘, 커피 페스티벌의 재미 중 하나다. 대형 커피 브랜드들은 각각 부스에서 커피 시음 행사는 물론 경품 증정 행사나 커피 관련 체험 이벤트를 준비했다.
동서식품은 캡슐 커피머신 ‘카누 바리스타’ 체험 행사를 연다. 이디야와 엔제리너스, 스타벅스는 룰렛과 가챠 등 게임을 통해 상품을 증정한다. GS25와 CU 등 편의점도 나란히 참여해 각자의 커피를 선보인다.
커피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다양한 간식거리를 구입할 수 있는 부스도 마련됐다. 수제 초콜릿, 파베브라우니, 마카롱, 프레첼은 물론 깨견과강정, 찹쌀김부각, 초피육포 등 전통 간식이 판매된다.
커피가 아닌 음료도 만나볼 수 있다. 캡틴코리아에서는 천혜향 주스와 한라봉 주스, 우도땅콩막걸리 등을 선보인다. 커피로 그림을 그리는 독특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멜쯔가 운영하는 부스를 방문해보자. 커피 원액으로 3분 만에 완성하는 커피 초상화 체험을 할 수 있다.
올해 세 살 비숑, 올콘의 마스코트 '올숑이'도 출동
올숑이는 올해로 세 살, 사람 나이로 따지면 20대 초반의 대학생입니다. 사람이 그러하듯 올숑이 또한 한창 바쁜 시기입니다. 운동도 해야 하고 여행도 가야 하고 전공 공부도 해야 해요. 연애도 하고 싶대요. 그 와중에 취업에 대한 어렴풋한 걱정,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올숑이를 둘러싸고 있죠. ‘갓생’을 살기 위한 여정이 녹록지만은 않습니다. 고민 많은 올숑이에게 힘이 돼주는 건 커피입니다.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와는 다르지만, 강아지 세계에서 유명한 브랜드가 있다네요. 청춘 커피 페스티벌 ‘청춘혁명’ 존의 ‘멍다방’에서는 강아지를 위한 카푸치노 ‘멍푸치노’를 판매합니다. 그 옆에는 반려동물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돼 있습니다.
행사장 곳곳에서 올숑이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커피잔을 든 올숑이, 바리스타 올숑이, 디저트가 된 올숑이 등 다양한 모습으로 맞이할 예정입니다. 올숑이의 방도 살짝 엿볼 수 있다네요. 사랑하는 가족과 커피 한 잔씩 들고 청명한 가을 하늘을 즐겨보세요.
하수정/양지윤/한경제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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