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가 유럽연합(EU)의 SNS 규제법인 디지털서비스법(DSA)의 첫 제재 대상에 오를 위기에 처했다.
EU 집행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과 관련한 불법 콘텐츠 처리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 엑스를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은 이날 "디지털서비스법에 따라 엑스에 정보 요청을 했다"며 "디지털서비스법은 위기 상황에서도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전했다.
디지털서비스법은 엑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가짜 뉴스와 특정 인종, 성, 종교에 편파적인 발언이나 테러, 아동 성 학대 등과 관련한 불법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해당 플랫폼은 유해·불법 콘텐츠의 신속한 제거와 예방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어길 시 연간 글로벌 수익의 최대 6%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여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조치에 대해 지난 10일 EU가 머스크에게 디지털서비스법 준수 촉구를 넘어 지난 8월 해당 법령 시행 이후 EU가 SNS 플랫폼을 대상으로 가한 가장 중대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EU가 공식 서한을 보낸 후 브르통 집행위원은 지난 11일 머스크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엑스가 불법 콘텐츠와 허위 정보를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징후를 가지고 있다"며 EU의 디지털서비스법 준수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EU 집행위는 하마스와 연관된 콘텐츠가 '테러 콘텐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브르통 집행위원이 언급한 '허위 정보' 역시 하마스 미화 게시물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EU는 엑스 외에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인 메타와 틱톡 등 주요 플랫폼에도 디지털서비스법 위반 가능성에 대해 경고를 했다. 하지만 이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과 관련한 가짜뉴스는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 엑스에서 가장 많이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새벽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습 직후 엑스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는 게시물이 게재됐다. 해당 게시물은 조회수 100만명에 육박했지만, 가짜뉴스로 드러났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80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승인했다는 백악관의 가짜 문서도 퍼졌다.
이를 두고 머스크와 EU 측이 공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머스크는 브르통 집행위원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우리의 정책은 모든 것의 출처가 공개돼 있고 투명하다"며 "이는 EU도 지지하는 접근 방식"이라고 답했다. 그는 "대중들이 볼 수 있도록 뭘 위반했다는 건지 나열해달라"고 주장했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당신은 이용자들과 관련 당국이 (엑스에서의) 허위 게시물과 폭력 미화에 대해 신고한 내용을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당신이 한 말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 당신에게 달려 있다"고 반박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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