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앱지스가 13일 오후 2시 현재 약 11% 급락 중이다. 전날 장 마감 뒤 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공시 직전 이 종목의 시가총액의 2359억원으로, 자기 몸집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신주를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용도는 전액 채무상환자금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주식 수만 계속 늘리면서 기존 채무를 새 채무로 상환하는 '빚 돌려막기'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올 초 이후로 봐도 연말로 갈수록 점점 발행금액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상장 기업이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과 CB·BW 발행액 합계는 올1분기 2조2354억원에서 2분기 6조8299억원으로 늘었고, 3분기에는 8조7152억원으로 늘었다. 4분기 들어서는 이달 12일까지 3887억원을 기록했다.
한세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가 높아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싶어하는 기업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투자자는 그 돈으로 채권을 발행하면 높은 시장금리를 취할 수 있겠지만, 최근 크레딧 위험(리스크)가 급증해 채권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고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 여력은 있다고 생각해 메자닌을 택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유상증자와 메자닌 발행으로 모은 돈을 신규 사업이나 시설 등에 투자해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이면 결과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돈이 채무 상환이나 생활비에 쓰이고 있는 형편이다. 올 들어 유상증자 공시를 한 기업의 자금 사용처를 보면 총 12조7534억원 가운데 운영자금이 4조330억원(31.6%)에 달했고, 채무상환자금도 1조7843억원(14.0%)에 달했다.
풀무원은 지난달 1일 기발행 주식의 20.7%에 해당하는 물량을 CB로 발행해 모두 1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공시했는데, 회사가 밝힌 자금조달의 목적은 전액 채무상환이다. 기존 상장주식의 18.9%를 발행해 5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지난 12일 공시한 효성화학은 이 돈을 모두 운영자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한 사모펀드운용사 임원은 "메자닌은 증시가 좋으면 해당 기업 주주에게 오버행 부담을 주고, 증시가 좋지 않아 채권으로 남겨놓으면 해당 기업에게 재무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최근에는 투자자의 요구를 반영해 채권으로 유지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만기보장수익률도 높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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