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3일 15: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연기금·공제회 자금으로 매입한 오피스 물건들이 속속 매물로 나오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한 앵커 출자자(LP)들의 회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사모부동산투자신탁29호’를 통해 보유한 하이투자증권빌딩 매각을 위해 최근 존스랑라살(JLL)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를 매각 자문사로 선정했다. 국민연금 자금으로 2011년 인수한 오피스 자산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펀드 만기를 앞두고 2020년 한 차례 매각을 시도했다가 불발됐다. 이후 펀드 만기 연장을 진행해 최근 다시 매각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골든타워도 코람코자산운용이 국민연금 자금으로 매입한 자산이다. 코람코운용이 지난 7월 매물로 내놨고 마스턴투자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딜 클로징(거래 종결)에 매진하고 있다. 2006년 국민연금 출자로 결성된 코크렙NPS제1호리츠의 마지막 오피스 빌딩이다. 코크렙NPS제1호는 서울시티타워, 송파 시그마타워, 역삼 그레이스타워, 골든타워 등을 인수한 뒤 차례대로 매각했다.
마스턴투자운용이 매각하는 센터포인트 강남은 교직원공제회가 앵커 출자자로 들어가 있다. 내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선매각을 진행 중이다. 교직원공제회는 센터포인트 강남의 개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인 ‘마스턴제99호센터포인트강남’에 지분 48%를 보유한 ‘마스턴기회추구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2호’를 통해 출자했다. 센터포인트 강남은 이날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가려낼 예정이다.
연기금·공제회들의 오피스 자산이 매물로 나오는 것은 연말을 앞두고 부동산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뤄지는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연기금·공제회의 대체투자 수익률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부터 낮아진 부동산 가치 평가를 반영하게 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국내 부동산을 매각해 차익 실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경기가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란 분석도 한몫하고 있다. 아직까진 국내 오피스 시장에 위기 상황이 왔다고 보기 어렵지만 내년이 되더라도 풀리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하반기 최대어로 꼽히는 아크플레이스도 입찰 이후 20여일 이상 동안 우선협상대상자를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 오피스 경기 가늠자로 꼽히던 아크플레이스가 진척되지 못하면서 4분기 시장도 얼어붙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중이다.
한 부동산 금융 업계 관계자는 “아크플레이스가 예상만큼 뜨겁지 못해 연말 분위기가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늘고 있다”며 “금리가 유지되고 있고 부동산 경기가 내년에도 풀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매물이 쌓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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