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소개령을 내리면서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스라엘 정부는 SNS를 통해 하마스의 만행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기도 하는 등 명분 쌓기에 나섰다. 영국 독일에 이어 프랑스도 이날 자국 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금지하는 등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나섰다. 미국은 인근 해역에 항공모함 전단을 대기시킨 가운데 이란을 압박하는 동시에, 요르단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상대로 본격적인 외교 활동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7일 이후 총 4000t가량의 폭탄을 투하해 가자지구를 맹폭했다. 가자지구에선 이날까지 1417명의 사망자와 686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이스라엘 측 사상자는 사망자 1200명을 포함해 총 4500명가량으로 집계됐다. 가자지구 유일한 발전소 가동이 중단됐으며, 음식과 식수도 곧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습으로 인한 가자지구 이재민은 4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엔은 식량과 의약품 공급 등 인도주의적 조치를 호소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인질 석방 전까지는 모든 물자를 차단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지상군이 진입할 경우 대규모 인권 침해가 일어날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마스가 가자 주민들과 인질을 '인간방패'로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이날 CNN 등에 보낸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주민 대피 권고는 선전전이자 심리전에 불과하다"며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은 집을 떠나선 안 된다"고 했다. 주민들의 피난처도 마땅치 않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3면을 포위했고, 유일한 탈출구인 남부 국경에선 이집트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입국을 차단하고 있다.
미국은 확전을 막기 위해 외교전을 벌이는 동시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상대로도 국제법을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 이스라엘을 방문중인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주 요르단과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을 순방하며 각국 지도자들을 만나기로 했다. 블링컨 장관은 조만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관할하는 자치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도 만날 계획이다. 이란에 대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조심하라"고 직접 경고한 데 이어 카타르 은행에 예치된 한국의 이란산의 원유 수입 대금 60억달러를 다시 동결했다. 자국민 등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구출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특수부대 배치를 완료했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이날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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