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선·미’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1차, 선경1·2차, 한보미도맨션1차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구 아파트값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1983년 지어진 이들 노후 단지의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되면 인근 타워팰리스 등 기존 랜드마크 단지보다 가격이 높아질 수 있어 매수세가 살아난 것으로 분석된다. 학군 등 뛰어난 입지와 고급 단지 조성 기대감이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재건축 초기 단계인 만큼 섣부른 투자를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준공 40년이 된 한보미도맨션1차는 2436가구 규모다. 2017년 정비구역 신청이 반려된 이후 ‘비싸지만 재건축은 힘든 단지’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서울 대단지 중 처음으로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을 신청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재건축 기대가 커지며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게 주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대치동 개포우성1차(1140가구) 역시 전고점을 회복했다. 단지 내 전용 94㎡는 8월 29억92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4월 기록한 전고점(29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호가는 재건축 기대감에 32억원에 형성돼 있다.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하는 단계다. 학원가 앞 고층 재건축 추진 단지라는 평가에 최근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서울지하철 3호선 대치역 사거리에 있는 선경1·2차(1034가구) 역시 호가가 크게 올랐다. 전용 127㎡는 2021년 8월 41억원에 거래된 이후 상승세가 주춤했다. 그러나 최근 거래가 재개되며 6월 38억1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고, 최근엔 45억원대 매물까지 등장 했다. 업계 관계자는 “좋은 학군이 선호 요인이지만 최근 가격 오름세는 과열된 측면이 있다”며 “재건축 기대감에 매물이 줄면서 상승세가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보미도맨션은 최고 50층, 3800가구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가구당 평균 대지 지분이 79.86㎡에 달해 대치동 재건축 단지 중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다. 임대주택 가구 수가 많다는 내부 비판도 나온다. 주민 의견을 수렴해 임대주택 규모를 줄이는 대신 공공시설을 기부채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선경12차 역시 중대형 면적 위주여서 재건축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다. 그러나 재건축추진위가 둘로 나뉜 데다 주민 간 갈등이 커 실제 사업 추진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7월엔 앞서 신청한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참여를 철회했다.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가까운 개포우성1차의 경우 아직 추진위만 결성돼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 설립 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한 매물이 줄어들어 호가가 크게 뛰고 있다”면서도 “넘어야 할 관문이 많아 매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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