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V 전용 신공장이 지어지면 기아 화성 공장은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 단지인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 버금가는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세부안을 두고 노동조합이 반발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최종 결렬을 선언한 기아 노조는 벌써부터 PBV 신공장 신설 제안에 대해 부지, 외주화 가능성 등을 문제 삼고 있다.
기아가 새 공장 건설을 확정하면 PBV 전용 생산 시설로는 두 번째가 된다. 기아는 지난 4월부터 1조원을 들여 화성 공장 내 9만9000㎡ 부지에 국내 첫 전기차 공장이자 세계 최초의 PBV 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2025년 하반기부터 연 최대 15만 대 규모의 중형 PBV를 생산할 예정이다. 내연기관차만 생산하거나 내연기관차·전기차를 병행 생산하고 있는 기존 1~3공장과 달리 새로 들어설 공장에선 전기 PBV만 생산한다.
여기에 대형 PBV 전용 두 번째 공장을 또 짓기로 한 것은 기아가 그만큼 PBV를 회사의 핵심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다는 방증이다. 화물 배송, 다인형 셔틀, 이동형 사무실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대형 PBV는 자율주행과 스마트 도시 환경이 보편화할 미래에 가장 적합한 모빌리티로 부상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페덱스, 월마트 등에 이미 PBV를 공급하고 있다. 도요타, 리비안 등도 PBV 시장에 진출했다.
기아는 2030년까지 연간 PBV 150만 대 이상을 판매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PBV 시장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형부터 대형에 이르는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다양한 수요에 맞춰 PBV를 맞춤 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선점을 위해선 생산 역량 확보가 우선”이라며 “이미 쿠팡, CJ대한통운 등 여러 물류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한 만큼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투자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아 노조는 이날 결국 임단협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막판 타결을 이루지 못하면 17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간다. 업계 관계자는 “임단협이 결렬됐다고 해서 공장 설립 방침 자체가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한시가 바쁜 미래차 전략이 중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은 걱정”이라고 말했다.
빈난새/김일규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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