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의 <월든>은 흔히 ‘귀농인들의 성경’으로 불립니다. 도시 문명과 단절한 채 자연에 파묻혀 지내는 삶을 다뤘기 때문이죠. 간디와 톨스토이가 사랑한 책, ‘무소유’를 외쳤던 법정 스님이 생전 마지막까지 곁에 둔 책으로도 유명합니다.
소로는 매사추세츠주 월든 호숫가에 직접 오두막을 짓고 1845년부터 1847년까지 2년2개월2일간 홀로 지냈습니다. 자급자족으로 생활을 꾸렸습니다. 그 경험을 담아 1854년 출간한 책이 <월든>이에요.
소로는 왜 외딴집으로 걸어 들어갔을까요. 그는 “내가 숲으로 들어간 것은 나 자신이 의도한 대로 삶의 본질적인 사실만을 앞에 두고 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스스로 인생의 가르침을 온전히 익힐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였고, 죽음을 맞았을 때 내가 헛되이 살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싶어서였다. 나는 삶이 너무 소중해 삶이 아닌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소로가 무정부주의자거나 모든 물질문명을 부정한 건 아니에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로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아버지가 세운 연필 공장에서 직접 연필을 개발하고 판매한 사업가이자 공학자였어요.
2년2개월2일간의 오두막 생활은 ‘실험’에 가깝습니다. 자신이 어디까지 자립할 수 있고 어디까지 버릴 수 있는지 확인하는. 나아가 이 실험은 소로 스스로에게 ‘나의 삶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나의 삶을 구성하는 건 뭔가’ 하고 질문을 던집니다. 소로는 말합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집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웃이 소유한 정도의 집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로는 기계에 업히듯 생각 없이 일하는 삶, 생애를 흥청망청 낭비하는 삶이 아니라 “시적인 삶이나 신성한 삶을 영위할 정도로 깨어 있는” 삶을 꿈꿨습니다.
소로의 말들은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를 유행어처럼 외치는 21세기 한국에서는 영 요원한 일처럼 들리기도 해요. 그러나 “시간은 내가 낚싯줄을 내리는 강물일 뿐이다” 같은 문장을 읽다 보면 소로의 2년2개월여의 오두막 생활을 간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잔물결이 일고,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볼 때처럼 영혼이 정화되는 기분도 들고요. 번역가 정회성은 “<월든>은 이 시대의 쉼표 같은 책”이라고 말했어요.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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