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루나의 전세 역전>을 펴낸 홍인혜 작가(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평범한 시민이 전세 사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시시한 영웅 이야기”라고 말했다. 부제는 ‘전세 사기 100% 충격 실화’. 압류부터 공매에 이른 저자의 실제 경험담을 만화와 에세이로 엮었다.
홍 작가는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하다가 2018년 시인으로 등단했다. 약 20년째 인터넷 블로그에 만화를 그렸고, 이 중 2021년 27화에 걸쳐 연재한 ‘루나의 전세 역전’ 웹툰은 누적 463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집필의 발단이라고 한다면 2015년 60㎡ 투룸 구조 빌라에 입주한 것이었다. 기존에 살던 원룸에 비해 넓고 채광도 우수해 ‘운명의 집’이라고 느껴졌다고 한다. 얼마 뒤 임차인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집주인은 고액의 세금을 체납한 상태였고, 집이 압류돼 공매에 넘어간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체납 세금에 대한 가산금이 쌓여갈수록, 홍 작가가 돌려받을 수 있는 전세보증금이 줄어드는 판국이었다. 홍 작가는 “세금을 체납한 사람이 부동산 압류 전 세입자를 받고, 집이 공매에 넘어가면 전세금으로 세금을 털어내는 수법”이라며 자신이 사기에 휘말렸다고 판단했다. “가장 곤욕스러운 부분은 그 집 안에서 계속 살아야 했다는 점이었어요. 눈을 뜬 순간부터 감을 때까지 사기를 당했다는 자책감과 분노, 불안감이 맴돌았죠.”
3년간 지난한 싸움이 이어졌다. 홍 작가는 경매·공매 관련 서적을 읽고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에서 부동산 관련 정보를 모았다. 결국 직접 공매에 뛰어들어 집을 낙찰받았다. 그는 “전세금의 운명을 남들 손에 맡기기보다 빚을 내서라도 내 손으로 해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전세 사기로 인한 공방 3년, 이후 ‘내 집’이 된 채 보낸 4년. 홍 작가는 그렇게 7년을 산 집과 지난해 작별했다. 그는 “마치 오래된 연인 같은 애증의 정을 느꼈다”고 했다.
홍 작가는 새롭게 이사한 집에서 어떤 작품으로 돌아올까. “제 인생에 앞으로 이런 무거운 사건이 또 일어날까요? 앞으로는 제 실제 경험담이 아니라 허구의 픽션 만화를 그려보고 싶습니다.”(웃음)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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