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일본 등에서 달러나 현지 통화로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외화 조달 창구를 선제적으로 다변화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됐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2일 대만에서 5억달러(약 6752억원) 규모 5년 만기 달러화 표시 포모사본드를 발행했다. 포모사본드는 대만 자본시장에서 현지 통화가 아니라 외화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신한은행이 포모사본드 발행에 나선 건 2020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당초 3억달러를 발행할 계획이었는데 수요예측에 대만 은행·증권사 등이 대거 몰리자 발행 규모를 늘렸다. 신한은행은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락하고 중동지역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도 목표를 초과한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년간 자취를 감췄던 포모사본드 시장은 올 들어 활성화하고 있다. 올 6월 한국도로공사가 3억달러 규모 포모사본드 발행으로 포문을 연 데 이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각각 3억달러, 8000만달러 규모 포모사본드 조달에 성공했다.
엔화 표시 채권인 사무라이본드 발행 시장도 북적대고 있다. 네이버는 이달 발행을 목표로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가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규모는 180억엔(약 1623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이번에 확보한 엔화 자금을 일본 현지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9월엔 정부가 첫 엔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했다. 대한항공과 한국투자증권도 6~7월 각각 2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다.
업계는 기업들이 조달 창구 다변화 차원에서 다양한 외화채 시장을 찾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기존 달러채 시장과 비교했을 때 조달 금리가 낮은 것은 아니지만 리스크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리 변동성 확대로 조달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체 외화 조달시장 확보에 나선 기업이 늘고 있다”고 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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