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지난 8월 10일 6년5개월 만에 한국행 단체 관광을 허용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코로나19 창궐 이전엔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중국 단체관광객이 ‘싹쓸이 쇼핑’에 나서는 게 익숙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지난 2개월 동안은 이와 확연히 달라진 흐름이 나타났다.
중국 관광객 수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단체관광 허용 이전과 마찬가지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싼커(개별관광객)가 주로 찾고 있다. 이들은 중국 내 경기 둔화 등의 여파로 과거에 비해 쇼핑도 절제하고 있다.
여행업계에선 중국 관광객 증가 추세가 비수기로 분류되는 지난달에도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단체관광 재개 효과가 일부 영향을 미친 가운데 한국 정부의 비자 발급 간소화, 중국 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 등 긍정적 요인이 더해졌을 것으로 분석한다.
관광공사는 국경절 연휴 기간에만 7만5000명 이상의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온 것으로 추산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국경절 연휴 기간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을 1만7698명으로 집계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인 2019년 국경절 연휴(2만2697명)의 77.9%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단체관광객 비중이 높은 한·중 여객선 탑승률이다.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8월 12일 운항이 재개된 중국발(發) 여객선 4척의 탑승률은 평균 20% 미만에 그쳤다.
인천과 중국 칭다오를 잇는 항로의 경우 정원 660명 규모의 여객선이 총 37차례 운항했다. 최고 탑승률이 18%에 불과했다. 이는 탑승객 수가 8월 93만1000여 명에 달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전이던 2016년 8월의 절반 수준까지 회복한 항공 노선과 대비된다.
중국인에게 인기 많은 서울의 관광지도 신촌·동대문 등지에서 성수·가로수길 등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핫플’로 바뀌는 추세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만난 쑨린 씨(30)는 “가로수길은 여러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들과 예쁜 카페가 많아 사진 찍기도 좋고, 외국인 관광객으로 정신이 없는 명동보다 걷기 편해 좋다”고 말했다.
국내 유통업계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기대가 컸던 면세업계는 중국 관광객의 씀씀이가 줄어 실망하는 분위기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8월 면세점업계 매출은 총 1조1365억원으로 1년 전보다 27.6% 줄었다.
반면 중국인 MZ 여행객이 많이 들르는 편의점에선 중국의 간편결제 수단 이용 건수가 크게 늘었다. CU의 해외 결제 수단 이용 건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9월에 비해 70.7% 불어났다. 알리페이·위챗페이·유니온페이 등 중국 간편결제 수단은 CU에서 사용되는 전체 해외 결제 수단의 92% 이상을 차지한다.
전세버스 기사와 중국어 가이드 인력도 급감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국내 관광 인프라가 예전처럼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맞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국내 물가는 코로나19 이후 크게 올랐는데 중국 현지 여행사들이 2019년 이전 수준의 가격을 맞추길 요구해 단체관광이 무산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싼커 중심으로 바뀐 여행 트렌드의 변화를 일시적인 것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활용해 스스로 여행 정보를 검색·예약하는 게 간편해졌고 번역 앱으로 언어 장벽도 낮아져 개별 자유여행이 늘어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해외여행 경험이 쌓일수록 개별 여행 위주로 전환되는 건 글로벌 트렌드”라며 “이에 맞춘 면세·여행업계의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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