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배동 주택재건축사업인 방배5구역(디에이치방배)은 연내로 예정한 일반분양을 내년으로 미뤘다. 정비계획에 초등학교 부지(8112㎡)로 짜놨던 땅을 공공시설로 변경하면서 관련 인허가를 새로 받아야 해서다. 이주까지 마친 이 구역은 학교 용지 변경에 따른 사업 지연으로 수백억원의 사업비가 추가로 발생하게 됐다.
서울에서 학교 문제로 갈등을 빚는 정비사업장은 방배5구역만이 아니다. 사실상 서울의 모든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학교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정비업계의 분석이다. 서울시가 교육청이 학교 용지를 우선 확보하는 관행에 칼을 빼든 배경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등을 통과해 학교 설치가 확정된 경우에만 정비계획상 학교 용지로 결정해주기로 했다. 이처럼 방침을 바꾸기로 한 것은 짓겠다는 학교의 상당수가 좌초되고 정비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학령인구 감소로 기존 학교로도 충분히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분석 또한 작용하고 있다.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정비사업 특성상 애초엔 필요하던 학교 수요가 없어지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정비업계에선 학교 용지가 재건축·재개발사업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 후 학교 용지를 변경할 때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이다. 방배5구역처럼 관리처분인가가 난 이후 용지 변경이 결정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도시계획시설을 변경하면 공공기부 계획, 상한 용적률, 조합원 분담금 등 사업의 기본 틀이 바뀌다시피 한다.
조합원이 가장 민감해하는 분담금 책정에 영향을 미쳐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지고 사업이 추가로 지연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은평구 갈현1구역,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강북 최대 재개발 사업지인 갈현1구역은 지난해 8월 관할 교육청으로부터 ‘학교 용지 해제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받았지만 아직도 변경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조합 대의원회에서 해제를 의결했다가 번복하는 등 조합 내 갈등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둔촌주공 역시 초·중학교를 신설하기로 했었지만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오랜 기간 갈등이 이어졌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개선안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은 구역 등에 적용된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미 학교 용지로 심의를 통과한 사업장도 사안별로 판단해 공공공지 변경을 검토할 방침이다. 잠실5단지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개발법이나 주택법을 통해 아파트 등을 지을 때도 이 같은 기준 적용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선 정비사업 추진의 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공공지는 유보지 성격이라 정비계획 변경 절차가 간단하다. 업계 관계자는 “학교 용지로 우선 설정한 후 변경하면 용적률이 달라져 절차가 복잡할 뿐 아니라 사업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무엇보다 사업 초기 단계에 교육청과 불필요한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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