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학 학생들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옹호하자 이스라엘 억만장자가 하버드대 산하 대학원 이사직을 사임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가 히브리어로 된 '더마커'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최대 거부 중 한 명인 해운·화학 재벌 이단 오퍼와 아내 바티아는 하버드 케네디 공공정책대학원 이사직을 사임했다.
두 사람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이스라엘을 비난한 학생조직들의 서한을 규탄하지 않은 (클로딘 게이) 총장의 충격적이고 둔감한 대응에 대한 항의로 사임을 결심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에 침투한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민간인은 물론 외국인까지 무차별로 살해·납치한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하버드대 30여개 학생 모임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직후인 7일 "이스라엘 정권이 이번 폭력 사태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20년 넘게 사실상의 '감옥'에 갇혀 살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벌어진 게 아니다. 비난받아야 할 것은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정권뿐"이라고 이스라엘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일자 하버드대는 9일 성명을 냈지만 하마스를 직접적으로 규탄하지는 않았다. 이에 하버드대 동문 정치인과 래리 서머스 전 총장 등은 학교 측의 미온적 대응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게이 총장은 10일 두번째 성명을 통해 "최근 수일간의 사건들은 지속적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으며, 내가 하마스가 자행한 테러와 잔혹행위를 규탄한다는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이 지역의 오랜 분쟁의 원인에 대한 개인적 관점이 어떻든 그런 비인간적 행위는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인들에게는 부족한 입장 표명이었다. 헤지펀드계의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은 이스라엘 비난 성명에 서명한 이들의 명단 제공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이들을 절대 채용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이밖에 10여개 기업 경영자들도 '취업 블랙리스트'를 가동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결국 성명에 서명했던 학생모임 중 일부는 지지 입장을 철회했다. 일부 모임에선 임원들이 줄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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