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사업평가는 여전히 서울에서 진행하면서 출장비로 많게는 수억원씩 쓴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지방 이전이지만 사실상 서울에서 대다수 업무를 처리하면서 본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데다 혈세까지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공공기관 5곳의 사업평가 실시 현황을 분석한 결과 모두 이전 지역보다 서울에서 사업평가를 더 많이 개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사업평가 1618건 중 88.3%에 달하는 1428건을 서울에서 했고 본사 이전 지역인 충북 진천에서는 전체의 10.1%인 164건만 진행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도 사업평가 1665건 중 1120건(67.3%)은 서울에서, 78건(4.7%)만 이전 지역인 대구에서 실시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도 80건 중 73건(91.25%)을 서울에서 했다. 이전한 지역에서 한 차례도 사업평가를 진행하지 않은 기관도 있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전남 나주로 본사를 이전했지만, 이 기간 43차례의 사업평가 중 38차례는 서울에서, 3차례는 온라인으로, 2차례는 일산에서 진행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도 2021년부터는 이전 지역인 나주에서 한 차례도 사업평가를 하지 않았다.
서울과 본사를 오가는 출장 비용의 경우 많게는 수억원이 소요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사업평가를 위해 서울에 오가는 출장 비용으로 총 5억1346만원을 지출했다. 이 기간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약 2억8000만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약 2억2000만원을 출장비로 사용했다.
본사는 지방으로 옮겼지만, 여전히 서울 사무실을 유지하는 곳도 있었다. 사무실 유지를 위해 임대료만 연간 수억원을 지출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서울 송파구의 한 건물에 총 7개 층을 사무실로 임대 중이다. 연간 임대료만 8억5000여만원에 달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서울 중구에 2개 층을 임차해 1년에 임대료와 관리비 등으로 약 4억원을 썼다. 수도권 회의장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지만, 실제로는 3년 7개월 동안 서울 사무실을 활용한 횟수는 13차례에 그쳤다.
윤 의원은 "업무가 서울에서 수행되면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효과가 떨어진다"며 "당초 목적대로 지역균형발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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