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정보 등을 공유하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는 '중기업·30대·남성'이 '대기업·20대 후반·여성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이들은 사내 이슈로 오프라인 소통이 벌어지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블라인드 가입자 중에는 30대 후반·여성일수록 회사 공식 정보보다 블라인드에서 획득한 정보에 더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회사 HR 조직이나 상급자가 제공하는 정보의 질과 신뢰도, 규모에 따른 익명성 보장 여부에 따라 이런 차이가 나타났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상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달 30일 한국노동연구원 'THE HRD REVIEW'에 게재한 '청년 세대와 디지털 목소리' 이슈 분석 리포트에서 만 18세부터 39세의 MZ세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요약 발표했다.
연구진은 청년 세대 중 1차 노동시장에 속하는 대기업, 대졸, 공채 출신 남성 집단이 소기업, 비(非)공채 출신, 여성 집단보다 더 높은 비율로 블라인드 앱에 가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다만 가입했다고 응답한 사람 중 접속 빈도가 '주 3∼4회 이상이거나 매일'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남성, 기업 규모 30∼300인 미만과 300인 이상, 공채 출신 집단에서 높았다.
'의사 표현 빈도'가 '주 3∼4회 이상이거나 매일'이라고 응답한 집단도 같은 결과를 나타냈다. 특히 기업 규모 30∼300인 미만 청년 집단(29.6%)에서 기업 규모 300인 이상 청년 집단(7.9%)보다 표현 빈도가 높았다.
연구진은 "남성·대졸·공채 출신이 접속과 의사 표현 측면에서 블라인드를 잘 활용하는 편"이라며 "대기업보다 중기업 청년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것으로 추론된다"고 설명했다.
또 가입자 중 ‘직장 라운지 소통은 회사의 인사?노무조직, 관행, 절차보다 더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라는 질문에 ‘그렇다(그런 편+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41.1%), 30대 후반(41.1%)에서 높았다. 반면, ‘아니다(아닌 편+전혀 아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남성(29.6%), 20대 후반(43.2%), 기업 규모 300인 이상(32.9%), 정기 공채(30.4%) 집단에서 높았다.
‘직장 라운지 소통이 회사·부서의 임원, 상급자가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그런 편+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37.5%), 30대 후반(42.9%)에서 높은 반면, ‘아니다(아닌 편+전혀 아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33.9%), 20대 후반(50.0%), 기업 규모 300인 이상(36.8%), 정기 공채(32.6%) 집단에서 높았다.
연구진은 "블라인드 정보와 소통에 대한 신뢰도 측면에서 여성·30대 후반은 아주 흥미로운 집단"이라며 "이들은 블라인드 정보와 소통에 대한 신뢰가 높고, 기업 HR조직, 임원과 상급자가 제공하는 것보다 블라인드 소통이 더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고 긍정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남성?20대 후반·대기업·공채 출신 집단은 기업의 HR 조직, 임원과 상급자가 제공하는 정보의 유의미성에 대해 긍정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이는 대기업 공채 출신 20대 후반 남성은 대체로 기업의 의사소통 라인과 채널에 잘 통합돼 있으면서 유의미한 정보를 많이 얻을 확률이 높지만, 30대 후반 여성은 이런 라인·채널에서 소외돼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확률이 낮다고 조심스럽게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
또 ‘블라인드에서 회사 내 문제가 제기되고 그 이후 오프라인 행동이 조직되면 나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그런 편+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남성(26.1%), 30대 초반(32.7%), 기업 규모 30∼300인 미만(29.6%), 정기 공채(28.3%) 집단에서 높았다. 반면, ‘아니다(아닌 편+전혀 아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46.4%), 20대 후반(47.7%), 기업 규모 300인 이상(44.7%), 정기 공채 아닌(44.1%) 집단에서 높았다.
연구진은 "'중기업·30대 후반 및 초반·남성 집단'과 '대기업·20대 후반·여성 집단'의 대비가 뚜렷하다"며 "블라인드 활용도 측면에서 중기업 소속 청년들이 적극적이었고, 회사 내 문제 발생 시 오프라인 소통·행동 참여 의향 모두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 근무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비해 높은 비율로 블라인드에 가입해 있으면서도 참여에는 소극적"이라며 "군중 속의 익명성 혹은 기존 HR 및 임원과 상급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신뢰 등이 배경이라는 가설을 조심스럽게 세워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차이점은 기업의 인사노무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성별, 학력, 기업 규모, 채용 방식에 따라 다른 것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인사?노무 정책과 절차는 노동자의 고충 처리를 위해 잘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그런 편+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남성(25.8%), 만 18∼24세(23.0%), 기업 규모 30∼300인 미만(21.0%), 정기 공채(23.1%) 집단에서 높았다. 반면, ‘아니다(아닌 편+전혀 아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연령대에 비례하며, 여성(43.0%), 기업 규모 30인 미만(41.6%), 정기 공채 아닌(40.1%) 집단에서 높았다.
연구진은 "기업의 인사?노무 정책과 절차의 합리성, 고충 해결 역량 등에 대한 청년 세대의 신뢰 도가 높지 않다"며 "특히 대기업과 중기업, 대졸, 공채 출신, 남성 집단이 긍정 평가를 하는 편이며, 소기업, 비(非)공채 출신, 여성 집단일수록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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