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5일 13:5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추진 중인 대한항공이 국내 저가항공사(LCC)들에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매각 의사를 물으며 공식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사 합병을 심사 중인 EU 집행위원회에 이달 말까지 제출하기로 한 시정조치안을 구체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항공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의 이사회 결의 등이 진행되지 않은 사업부 매각을 대한항공이 강행하는 것은 위법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주 에어프레미아·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인천 등 4곳의 LCC 업체들에게 아시아나항공 화물 인수를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받았다. 대한항공은 이르면 이번주 공식 매각주관사를 선임해 매각 정보가 담긴 투자설명서(IM)을 확정하고 입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대한항공이 화물 매각의 속도를 내는 것은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위한 해외 각국의 승인을 얻어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7일 EU경쟁위원회(EC)에 합병을 위한 수정 제안서 초안을 제출하고 이달 말까지 최종 제안서를 제출하기 위해 EC 측과 논의 중이다. 수정 제안서 초안에는 복수의 국내 LCC 기업들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회사 측은 매각 절차를 본격화하며 화물사업의 규모와 진행 상황을 구체화해 수정 제안서에 넣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아직 합병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아시아나항공의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대해 의구심의 목소리도 크다. 법적으로 화물 사업 매각 등 주요 경영 의사결정은 아시아나항공의 이사회와 주요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몫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공식적인 자문사 선임에 앞서 물밑에서 주요 후보들의 윤곽부터 추리는 작업에 나선 것도 '월권' 문제를 염두해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만일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이 매각 작업을 주도하는 데 대해 묵인했다면 추후 배임 문제가 불거졌을 때 책임질 수도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이 먼저 매각 절차를 개시한 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4일 이사회를 열고 해당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배임을 우려한 이사진들의 동의를 얻어낼 지 미지수로 남아있다. 코로나19 시기 이어진 화물 특수가 끝나며 실적은 꺾였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지금까지 쌓아온 화주 네트워크를 넘긴다는 점에서 회사에 미칠 잠재적 손실이 막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구성원은 총 6인이다. 화물사업 매각이 통과하려면 과반인 4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추가적인 보상안들을 제시하면서 배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대한항공 내에선 계약금과 중도금 7000억원 중 일부를 아시아나항공이 단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화물사업 인수를 검토 중인 주요 후보들도 거래 종결성과 분할 및 거래 대상이 불투명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인수 후보 측 관계자는 "분할 사업부 내 현금과 부채가 어느 정도가 될지 어떤 기종이 담길 지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자산보단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화물 네트워크가 더 가치가 큰 거래이지만 노후화된 기체가 다수 이전해오면 재무부담이 클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박종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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