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12주 연속 상승하는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 수요는 커지고, 전세 매물은 연초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로 전세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 수요자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입주 예정 단지를 사전에 물색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건을 선점하는 등 발 빠른 전세 마련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전세 물량 공급원인 새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감소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을 가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지난해 2만4266가구에서 올해 3만2341가구로 늘어났지만, 내년에는 9656가구로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지역에서도 올해 11만3349가구에서 내년 10만6609가구로, 인천에서도 같은 기간 4만6233가구에서 2만5516가구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임차인들이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전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 1만4022건 가운데 전세 거래는 8707건으로 전체의 62.1%를 차지했다. 이는 2021년 5월(67.2%) 후 2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셋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전세가격지수는 10월 둘째주에 0.09% 올라 12주 연속 상승했다. 수도권은 16주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셋값 고공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상단이 연 7%를 돌파하는 등 매매 여건이 악화하면서 매매를 고려했던 수요자도 일부 전세로 돌아서고 있다”며 “전세 공급은 감소하고 수요는 늘어나 전셋값 오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살고 있는 생활권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대규모 아파트가 공급되는 입주 예정 단지에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오는 물건을 선점하면 좋다. 여 수석연구원은 “입주 6개월 전부터 집주인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전세로 집을 내놓기 시작한다”며 “입주 물량이 많은 아파트 단지를 사전에 탐색해 공인중개사에게 물량 확보를 요청해 놓으면 좋다”고 했다.
서울에서는 이달 강동구에서 힐스테이트리슈빌강일(809가구), 다음달엔 강남구 개포동에서 6702가구의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가 집들이를 시작한다. 내년 1월엔 고덕강일제일풍경채, 3월엔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 등 700가구 규모의 단지가 입주에 나선다. 경기지역은 성남에서 산성역자이푸르지오(4774가구), 안양에서 평촌센텀퍼스트(2886가구), 수원에서 북수원자이렉스비아(2607가구)가 준공 예정이다. 인천 부평에선 e편한세상부평그랑힐스(5050가구) 등 대단지가 내년 상반기까지 속속 집들이를 한다.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생활권을 옮기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눈높이를 낮춰 지역 내 단독주택이나 다가구,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전세 물건의 담보 대출 등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전세 보증금을 떼이지 않기 위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도 필수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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