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배경에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이 급격하게 줄어든 현실이 자리한다. 전공의 지원이 매년 줄면서 병원에 남아 있는 의사들의 업무 부담이 커졌고, 점점 열악해지는 근무 환경에 지원자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전공의 지원율 감소는 소아외과, 소아흉부외과, 소아신경외과, 소아영상의학과 등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 어린이병원 전체가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며 단순히 소아 진료 인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넘어 ‘소아 진료 인력 양성 시스템 붕괴’를 의미한다. 우리나라가 머지않은 미래에 소아 진료 의료진이 없어지는 나라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정부는 위와 같은 상황을 ‘필수의료대란’으로 정의하고 크게 네 가지 분야의 정책안을 내놨다. △소아응급센터를 늘리고 운영을 지원해 응급질환 진료 강화 △소아암 및 소아 중환자 진료 체계를 구축해 소아 중증질환 진료 강화 △소아 1차 의료 활성화 △어린이병원 경영에 대한 적정 보상 및 소아 진료 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근시안적 대책이 대부분이어서 소아 필수의료의 전반적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예를 들어 소아 진료 가산율은 미미해서 효과가 의심스럽고, 어린이병원 경영 적자 내용을 평가해 일정 부분 보상하겠다는 ‘사후 보상 정책’도 적자를 전제로 한 정책이므로 근본적 대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소아청소년과와 어린이병원에 대해 ‘단기 대책’으로는 훨씬 과감하게 경영 지원을 해주고, 소아전문의 양성에 최소 6~9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 대책’ 역시 세워야 한다. 개원의와 어린이전문병원의 현실이 개선돼야 지원자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장기 대책으로 소아 의료수가를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간 새롭게 문을 연 소아청소년과 의원보다 경영난에 허덕이다가 폐원하는 숫자가 더 많았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늘어나지 않는 한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 아이들이 아플 때 진료받을 수 있는 1차, 2차, 3차 병원이 최소한 적정 수만큼은 있어야 한다고 모두가 공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힘들어하는 소아 진료 의료진을 보면서 후배 교수가 한 말이 떠오른다. “돈을 벌려고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아픈 아이들을 치료해주면서 얻는 보람을 보고 선택했죠.”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경제 발전을 이뤄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에서, 세계에서 손꼽는 수준의 의료 강국 대한민국에서 아픈 어린이들이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없게 될까 봐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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