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젬픽과 위고비 개발 업체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다. 비만약이 히트를 치자 이 기업의 가치는 덴마크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3954억달러)도 훌쩍 넘어섰다. 시가총액 4600억달러를 돌파하며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3739억달러)를 따돌리고 유럽 시총 1위에 올랐다. 인구 585만 명으로 서울보다 작은 나라에 삼성전자보다 큰 기업이 갑자기 탄생한 것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노보노디스크가 덴마크 경제를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러시아 경제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러시아가 중국에 비해 영토가 훨씬 넓고 자원도 많지만 경제력 측면에서는 중국을 넘볼 수 없다. 그 이유도 화웨이, 알리바바 등을 키워낸 기업가정신이다. 마틴 울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수석 칼럼니스트는 이런 논리를 기반으로 ‘피크 차이나’론을 반박했다. 그는 “매년 140만 명의 엔지니어를 배출하고, 세계에서 특허청이 가장 바쁘고, 기업가적인 면모를 갖춘 인재가 많은 중국의 강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썼다.
한국을 가난에서 구하고, 10대 경제 대국 반열에 올려놓은 것도 기업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K팝 열풍도 하이브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 기업들은 서구 기업들과는 또 다른 능력을 보여줬다. 예측하기 힘든 정치권의 영향력, 반기업 정서, 징벌적 규제 등을 뚫고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지경학적 리스크와 세계 정치, 경제 질서의 급속한 개편으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언제 어떻게 추락할지 모르는 위기에 처했다. 우리 경제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 기업을 병들게 하는 자가 누구인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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