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50·60대가 된 자녀보다는 어린 손자, 손녀에 대한 상속·증여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이미 집을 보유한 자녀에게 주택을 물려주면 다주택자 규제에 걸려 비용이 만만찮다 보니 자녀 세대를 건너뛰고 곧바로 손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세대생략 상속·증여’가 늘어나는 추세다. 세대를 건너뛴 상속·증여엔 산출세액의 최대 40%까지 가산세가 붙지만, 자녀 세대를 거쳐 두 번 세금을 내는 것에 비해선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5년 이상 시간을 두고 전략적으로 증여 계획을 세우면 추가 절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자녀가 사망해 손자녀만 남은 경우엔 가산 없이 기본 상속·증여세율이 적용된다.
세대생략 증여의 가장 큰 장점은 두 번 부담할 증여세를 한 번만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조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할 때 증여세를 납부하고, 추후 그 자녀가 손자녀에게 증여할 때 한 번 더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에 비해 손자녀에게 바로 증여하면 증여세를 한 번만 내면 된다. 30~40%의 가산세를 추가 부담해야 하지만 증여세를 두 번 내는 것보다는 한 번에 1.3배의 증여세를 내는 것이 절세에 유리하다.
예를 들어 조부모가 자녀에게 5억원을 증여하고, 수년 안에 자녀가 성인인 손자녀에게 5억원을 증여하면 전체 증여세는 1억6000만원이다. 5억원에서 5000만원 한도로 주어지는 증여재산공제액을 뺀 4억5000만원에 5억원 이하 증여세율(20%)을 곱하면 9000만원이 나온다. 여기에 누진공제 1000만원을 빼면 한 차례 증여에 붙는 증여세는 8000만원이다. 이를 두 번 납부해야 하므로 세금은 1억6000만원이다.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바로 증여한다면 총 증여세는 8000만원에서 30% 할증된 1억400만원이다. 세대생략 증여를 통해 5600만원의 세금을 줄인 셈이다. 증여 재산이 부동산이라면 최대 12%까지 내야 하는 취득세도 한 번만 내면 되기에 절세효과가 더 크다.
상속된 후 10년 이내에 상속인이 사망해 다시 상속이 개시되면 재상속 기간에 따라 10~100%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단기간에 여러 차례 상속되면 대부분의 상속재산이 상속세로 납부돼 상속인의 경제적 생활이 어려워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상속 개시 시점을 특정할 순 없지만 건강이 유지될 때 사전증여를 통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상속세는 상속 개시 시점 피상속인의 재산을 기준으로 최대 50%의 누진세율이 매겨진다. 이 때문에 사전증여를 통해 미리 피상속인의 자산을 줄이는 것이 상속 시점의 과도한 세 부담을 감축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손자녀 등 상속인(자녀) 이외 사람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개시일부터 5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을 ‘사전증여재산’ 형태로 합산해 상속재산으로 과세한다. 이는 바꿔 말하면 손자녀에게 증여한 뒤 5년이 지나면 상속재산에서 제외된다는 뜻이다. 자녀는 사전증여재산이 상속재산에 합산되는 기간이 10년으로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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