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보 적립금 투자 수익률은 2.15%였다. 이는 한국은행이 집계한 작년 은행 평균 예금금리 2.77%보다 낮은 수준이다. 최근 5년간 건보 적립금 운용 수익률 역시 연 1~2%대에 머물렀다.
국민이 납부한 건보료 중 사용하지 않고 남은 적립금의 상당 부분은 건보공단이 자산운용사 등을 통해 운용한다. 지난해 건보 적립금(약 24조원) 중 투자 운용한 규모는 19조5647억원으로 이 중 11조원가량을 위탁 운용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KB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등을 통해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형 펀드, 부동산·인프라 등에 투자했다.
지난해 건보공단이 이들 운용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총 52억9100만원이었다. 그런데도 중장기 위탁 운용 수익률은 공단에서 직접 운용하는 것보다 낮은 1%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지급을 위해 수시로 돈을 빼 써야 하는 건보 특성상 상당수 자산이 정기예금, 국공채 등에 투자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수익 대비 위탁 운용 수수료 지출액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건보공단의 주먹구구식 기금 운용을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건보공단은 관련 법과 보건복지부의 규율 없이 자체 규칙을 마련해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한 의원은 “공단이 마음대로 수조원을 외부 운용사에 맡기고 수수료 선심까지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보 기금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고용보험 등과 달리 국가재정에 포함이 안 돼 공단의 일반회계로 운용 중이다. 법적으로 기금의 범주에 속하지 않아 재정당국과 국회의 심의·의결도 받지 않는다.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승인만 거치며 견제 장치 없이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 꾸준히 문제로 거론된 바 있다. 이 때문에 건보를 기금화해 국가재정법 틀 내에서 감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관련 법까지 발의됐지만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막아서고 있다. “당사자(보험자 가입자 공급자) 간 자치 원칙에 따라 건보 운용이 외부 통제를 받아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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