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는 연필 대신 아이패드, 포토샵 등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초기 스케치를 한다. 이 작업을 ‘디지털 낙서’라고 부른다. 그런 다음 에어브러시와 아크릴을 이용해 캔버스에 그 느낌을 그대로 옮긴다. 그의 작품은 사람이 직접 그린 회화라기보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한 그림 같은 느낌을 준다.
리는 거대한 담론이나 교훈을 그림에 담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그림의 소재를 찾는다. 지하철이나 인터넷 속 사람들,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장면, 동물, 꽃 등이다. 리는 드로잉을 애니메이션으로 바꾸는 ‘증강 현실’ 앱의 개발자이기도 하다. 휴대폰을 그림 위에 갖다 대면 3차원 물체처럼 사방에서 입체 그림을 볼 수 있다.
디지털과 회화를 하나로 접목한 리가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신천동 롯데뮤지엄에서 개막한 전시 ‘오스틴 리: 패싱 타임’에서 신작 5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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