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중동전쟁으로 확장하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란 개입’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고,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1.7%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우려로 지난 13일 국제 유가는 5% 넘게 급등했다.
이란의 참전 가능성이 짙어질수록 유가는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다. 이날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의 전개 방향을 △이스라엘-하마스 간 국지전 △이스라엘-이란 대리전 △이스라엘-이란 직접전쟁 등 세 가지로 분류하고 각 시나리오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여파를 예측했다.
최악의 경우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 충돌이다. 이란은 산유국인 데다 유사시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 호르무즈해협의 하루 원유 수송량은 글로벌 수송량의 20%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발발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64달러 오르고, 그 여파로 내년 세계 인플레이션율이 1.2%포인트 올라 6.7%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쟁은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블룸버그는 이스라엘-이란 전쟁 시 내년 세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내년 세계 GDP 증가율 전망치는 2.7%다. 이란이 참전하면 1.7%로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는 “(GDP 증가율 1%포인트 하락은) 세계 생산이 1조달러(약 1355조원)어치 증발하는 경기 침체”라며 “1973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때 석유 파동으로 촉발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명확한 예”라고 설명했다. 당시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 우방 국가에 원유 수출을 중단하면서 유가는 1년 만에 네 배가량 올랐다.
월스트리트에서도 분쟁 확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글로벌 경제에 미칠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 물가상승률이 다시 오르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금리 기조가 더 장기화할 수 있어서다. Fed 인사들이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꼽았던 미 국채 금리 상승세는 중동전쟁 우려로 다시 꺾이는 추세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13일 “지금이 세계에 수십 년 만에 닥친 가장 위험한 시기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이먼 CEO는 JP모간 실적 발표에서 “우크라이나전쟁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더해져 에너지 및 식량 시장과 글로벌 무역, 지정학적 관계에 전방위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탄탄한 노동시장과 높은 미 정부 부채로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상승할 위험이 크다”며 “최선의 결과를 희망하지만 여러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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