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형 컴퓨터(PC) 디스플레이도 접는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폴더블 제품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한 데 이어 PC 시장에서도 폴더블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2020년 레노버가 폴더블 노트북 시장을 개척하는 실험을 한 뒤 올해 들어 LG전자와 HP에서도 폴더블 제품을 내놨다. 오랫동안 침체된 노트북 시장에 폴더블이라는 새로운 폼팩터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들어 폴더블 노트북 시장에 참전한 기업이 크게 늘었다. 세계 PC 시장에서 20%에 달하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HP는 지난 6일 국내 시장에 ‘HP 스펙터 폴더블’을 공개했다. 17인치 폴더블 노트북이다. HP는 “제품을 180도 펼쳤을 때 두께가 8.5㎜로 세계에서 가장 작고 얇은 17인치 폴더블 PC”라고 설명했다. 국내 출시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미국 현지에서 약 5000달러에 출시돼 국내에서는 650만원 수준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LG전자는 한국 기업 중 처음으로 폴더블 노트북을 선보였다. 지난달 공개한 ‘LG 그램 폴드’다. 가벼운 무게로 사랑받은 LG 노트북 ‘그램’의 1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신제품이다. 화면을 펼치면 17인치 태블릿이고, 접으면 12인치 노트북, 세로로 접어 들면 전자책처럼 다양하게 쓸 수 있다. 태블릿처럼 터치 펜으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키보드나 마우스 없이 화면 터치만으로 화면을 켤 수도 있다.
좁은 공간에서는 화면을 접고 하단 화면에 가상 키보드를 띄워 노트북으로 이용한다. 가상 키보드가 불편하다면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동해도 된다. 노트북을 세로로 세워 책처럼 화면 가운데를 살짝 접으면 자동으로 화면 방향이 돌아가고 비율도 조절된다. 전자책이나 문서를 읽기 편리한 형태다. 1.25㎏으로 무게가 가볍다는 점도 특징이다. 출고가는 499만원이다.
스마트폰 시장처럼 PC 시장에서도 폴더블 제품이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장 먼저 시장을 개척한 2020년 레노버의 씽크패드X1, 2는 모두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당시 씽크패드 X1은 출고가가 2499달러(약 337만원)였다. 이 제품은 13인치로 비교적 작은 크기라 노트북과 태블릿의 중간쯤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됐는데, 작은 노트북치고는 비싼 가격이었다. 지난해에 에이수스가 출시한 ‘젠북17 폴드 OLED’도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HP와 LG전자 제품도 400만~600만원대로 비싸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폴더블 노트북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더 많은 업체가 관련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이 본격 개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 사업부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폴더블폰 카테고리를 스마트폰에만 국한하지 않고 노트북, 태블릿 등 다른 카테고리로 계속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미 2020년 미국 특허청, 2021년 세계지식재산권기구에 폴더블 노트북 관련 기술 특허를 등록해놨기 때문에 조만간 삼성전자도 관련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애플도 현재 폴더블 맥북 출시를 위해 공급 업체와 논의 중이다. 2025년 폴더블 맥북을 공개한 뒤 2026년 본격적으로 시장에 제품을 내놓는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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