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경영관리팀에서는 전반적인 인사노무에 대한 이해가 있는 경력자 채용에 나섰습니다. 경영지원팀장 B는 지원자 중 A가 5년 정도 대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고, 담당업무 이력이 마음에 들어서 채용했습니다. A가 입사하자 B팀장은 “경력직에 거는 기대가 크다, 회사 생활 해봤으니 다 알지?”라며 별도의 OJT(On the Job Training)를 진행하지 않았고, 회사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없었습니다.
◆"경력직은 당연히 알아서 해야지!"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고 싶었던 A는 첫 보고서를 작성해 B팀장에게 가져갔는데 “너무 허접하다, 경력자로 들어오지 않았느냐?”, “신입이냐?”는 식의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습니다. 이후에도 B팀장은 회의 시간에 A가 내는 아이디어에 대해 “고작 그 정도냐?”면서 고함을 치며 비난했습니다. 또한, B팀장은 A에게 “이 정도는 이전 회사에서 해봤으니까 할 수 있지 않냐?”며 자신이 할 일을 떠넘기거나 프로젝트 마감이 임박한 시점에 갑자기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자 A는 B팀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습니다.
B팀장은 회사의 조사 과정에서 “경력직이면 알아서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경력직을 뽑은 이유가 이것이 아니냐?”, “경력직이 신입도 아니고 일을 못 하는데 관리자가 당연히 한마디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항변했으나, 회사는 B팀장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A에게 부당한 업무지시를 하고 인격 비하적인 발언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었으므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그에 따라 B팀장은 징계를 받았습니다.
회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회사 내부에 경력직과 기존 직원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회사는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직장내 괴롭힘 예방 넘어 조직 전체를 위한 일
중앙노동위원회가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대표 사례 10가지'(2023. 9. 22)에도 소개된 이 사례는 새로운 환경에 놓인 경력직을 방관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최근 경기 불황과 신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 등으로 ‘즉시 전력’이 될 수 있는 경력직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력직은 기존 회사에서의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새로운 조직과 시스템을 이해할 여유도 없이 현장으로 바로 투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력직 근로자는 자기 경력에 대한 기대, ‘굴러들어온 돌’이라는 편견 등으로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의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과 조직에 잘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경력직은 ‘경력직인데 이런 것도 모르나?’라는 핀잔을 들을까 새롭게 알게 된 용어 등 모르는 것을 동료들에게 묻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회사가 나서서 경력직이 기존 직원들과 협력할 수 있도록 적응을 돕고, 경력직의 경력과 경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여기서 지원은 경력직 온보딩 프로그램, 멘토링 제도, 코칭, 조직문화 교육, 경력직 소프트 랜딩(soft landing) 프로그램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회사가 경력직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 운영하는 것은 경력직과 회사 간의 관계만을 위하는 일이 아닙니다. 사례의 B팀장과 같이 “경력직이니까 당연히”라는 태도는 직장 내 괴롭힘을 유발할 수 있는 편견입니다. 경력직의 적응을 돕는 회사의 노력은 기존 직원들이 경력직에 갖는 편견을 버릴 수 있도록 도울 것이고 이는 직원 간 협력 체계로 이어져 조직 전체의 충성도와 몰입도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김용선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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