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불안이 흡연·비만보다 생물학적 노화를 더 앞당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BBC·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불안한 주거 환경이 생물학적 노화를 촉진하는 요인일 수 있다고 호주 에식스대와 애들레이드대 연구팀이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역학 및 지역사회 건강 저널'(Journal of Epidemiology and Community Health)에 발표됐다.
생물학적 노화란 실제 나이와 상관없이 신체 조직이나 세포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가속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연구는 영국 가구패널조사(BHPS)에 참여한 1420명의 거주환경과 건강정보를 진행한 결과다. 연구팀은 혈액샘플로 유전자(DNA)를 분석해 개인의 생물학적 노화 속도를 파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민간 주택을 임차해 거주하는 세입자에게서 연간 약 17일 더 빠르게 생물학적 노화가 일어났다. 비만의 2배, 흡연보다는 50% 정도 더 빠른 속도다. 실업 상태보다도 일주일가량 더 빨랐다. 이에 연구팀은 불안한 주거 환경이 다른 요인보다도 신체에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한 것으로 봤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호주 주택연구센터의 에이미 클레어는 "세입자가 감당할 수 있는 주택 비용과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 기간, 거주 환경이 실제 개인 건강에 실질적이고 중요한 결과로 이어졌다"며 "생물학적 노화 속도는 건강 악화와 만성질환 위험도 증가, 사망과도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다"고 설명했다.
주거 불안정성과 관련 있는 각종 문제도 생물학적 노화를 더 빨리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 비용 문제가 노화 가속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됐는데, 특히 세입자가 임대료를 체납했을 땐 연간 12일이나 더 빠르게 노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대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은 연간 5.5일 더 빨리 노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사의 번거로움도 문제로 거론됐다. 원하지 않는 이사를 해야 하는 경우, 연간 3.3일 노화 속도가 빨라진 탓이다. 이밖에 좁은 공간, 난방시설 부족, 누수 등 요인도 생물학적 노화와 관련성이 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생물학적 노화는 문제 요인을 개선하면 노화를 되돌리거나 완화할 수 있다"며 "주택정책의 변화가 개인의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연구팀은 백인 유럽인의 데이터만 사용된 점을 해당 연구의 한계점으로 언급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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