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도시답게 역시 에너지가 넘치네요. 파리는 서울 다음으로 K팝을 가장 사랑하는 도시 같아요.”
15일 밤 10시(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럽 최대 규모 공연장 라데팡스아레나. CJ ENM의 K팝 음악쇼 엠카운트다운 무대에 오른 가수 싸이가 영어로 외치자 2만2000여 명의 관중이 공연장이 떠나갈 듯 함성을 질렀다. 이어 세계를 뒤흔든 히트곡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지자 1층 스탠딩석부터 2~3층 좌석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국어 가사를 따라불렀다.
관중석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 장성민 대통령 특사 겸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을 비롯해 파리에 주재하는 40여 개국 대사 170여 명도 있었다. 이들은 공연장에 마련된 별도 스카이라운지에서 함께 공연을 즐겼다.
이 시점에 파리에서 K팝 공연을 한 것이나, 그 공연장에 이렇게 많은 VIP가 찾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다음달 28일 파리에선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투표를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린다. 180여 개국이 참가하는 세계박람회를 유치하면 수십조원의 경제 효과를 낼 수 있어 각국이 치열한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유력 후보지는 부산(한국)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 로마(이탈리아)다. 투표권은 파리에 주재하는 BIE 회원국 대사들이 갖고 있다. 투표 40여 일을 앞두고 국내 정·재계 인사들이 대사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파리로 모여든 배경이다.
CJ ENM이 국내 대표 K팝 음악쇼 엠카운트다운의 첫 유럽 진출지로 파리를 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K팝을 앞세워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부산엑스포 유치에 도움이 되기 위해 이날 공연에 각국 대사를 초대했다. 공연 시작 전 대기시간에 CJ ENM이 기획한 걸그룹 케플러의 부산엑스포 홍보 뮤직비디오 등이 나오기도 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최고 40만원에 달하는 비싼 티켓 가격에도 좌석은 빈 곳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제로베이스원, 태민, NCT드림 등 인기 K팝 아이돌의 화려한 무대에 관중은 세 시간 내내 환호로 답했다. 각국 대사들과 함께 관람한 장 기획관은 “대사와 가족들이 무대를 휴대폰으로 찍고, K팝 음악에 맞춰 함께 춤도 췄다. 이번 공연이 엑스포 유치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은 공연장뿐 아니라 파리 전역을 ‘부산엑스포 홍보 무대’로 삼고 있다. LG그룹은 프랑스 대표 쇼핑몰 프낙 매장에 직접 만든 부산엑스포 옥외광고를 설치하는가 하면, 파리 시내버스 2000대에도 부산을 알리는 광고를 부착했다. 광안대교, 갈매기 등 부산 주요 상징물과 함께 ‘BUSAN is Ready’가 적힌 현대차그룹의 아트카 10대도 최근까지 파리 곳곳을 누볐다.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인 최 회장은 매년 여는 ‘SK CEO(최고경영자) 세미나’를 올해는 파리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16~18일 SK그룹 사장단 30여 명이 파리에서 그룹 현안을 논의한 뒤 엑스포 유치 전략을 짠다. 이후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한 부회장단, 각 계열사 CEO들이 각자 맡은 국가를 찾아 유치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일각에선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충돌로 부산이 엑스포를 따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유력 후보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공개적으로 팔레스타인을 지지한 만큼 이탈표가 대거 나올 수 있어서다.
파리=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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