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아버지가 국내 가족에게 보낸 돈에 종합소득세를 매긴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사업가 A씨가 양천세무서를 상대로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3년 베트남에 페인트·니스 유통 회사를 설립해 2016년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A씨 회사는 2017년 매출 76억원·자산 총액 23억원, 2018년에는 매출 68억원·자산총액 31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A씨의 아내와 자녀 2명은 A씨와 아내가 공동명의로 소유한 서울 양천구의 아파트에서 거주했다. A씨는 2017년에는 103일, 2018년에는 84일간 한국을 방문해 이 아파트에서 머물렀다. A씨는 또한 경기도 시흥 상가에서 월 80만원 수준의 임대수익을 받았고, 인천의 아파트 등 아내와 더불어 약 2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보유했다.
A씨는 회사에서 받은 배당소득 2억 5400여만원과 2억 8900여만원을 각각 2017년 5월과 2018년 11월 국내 계좌로 송금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이 대한민국 소득세법상 거주자가 아니라고 보고 종합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서울 양천세무서는 2020년 5월 A씨에게 2017년도 종합소득세 9100만원을, 2018년도 종합소득세 1억100만원을 부과했다. 같은 해 7월 A씨는 종합소득세 부과를 취소해달라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으나 이듬해 12월 청구가 기각되자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한국과 베트남의 소득세법상 거주자 지위를 동시에 가졌다고 봤다. 다만 한국과 베트남 간의 조세조약에 따라 인적·경제적 관계가 더 밀접한 국가(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인 베트남이 A씨의 거주국이라 판단했다.
재판부는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는 사회관계, 직업, 사업장소, 재산의 관리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더 밀접하게 관련된 국가"라며 "A씨는 베트남에서 주된 사업 활동을 영위하며 막대한 사업상 자산을 보유·관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국내 사업장에서 임대이익을 얻기는 했지만, 베트남에서와 비교해 그 소득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며 "A씨의 배당금이 국내 생활비 등으로 소비됐고 가족이 국내에 머문다는 이유만으로는 A씨가 베트남보다 국내에 더 중대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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