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자 중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최대치로 대출을 끌어 쓴 '다중채무자'가 4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체 가계대출자 4명 가운데 1명꼴로 대출 상환에 한계를 맞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6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현재 국내 가계대출 차주(대출자) 수는 모두 1978만명, 이들의 전체 대출 잔액은 1845조7000억원이었다.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직전 1분기와 비교하면 차주 수는 1만명, 대출 잔액은 4000억원 더 늘었다. 다만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은 3개월 사이 9334만원에서 9332만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다중채무자 규모나 비중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중채무자는 2분기 말 448만명으로 1분기보다 2만명 늘었다. 한은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다중채무자가 전체 가계대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6%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드러났다.
다중채무자는 더 이상 금융권에서 추가로 돈을 빌리거나 돌려막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한은과 금융당국 등이 고금리에 가장 취약한 금융 계층으로 간주한다.
이들의 전체 대출 잔액은 572조4000억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1억2785만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3개월 사이 각각 3조3000억원, 113만원 줄어든 수치다. 다중채무자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61.5%로, 직전 분기보다 0.5%포인트(p) 떨어졌지만, 여전히 소득의 6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상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해당 대출자가 한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위한 지표로 사용된다. 금융기관과 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70% 안팎이면 최저 생계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득을 원리금으로 갚아야 하는 상황으로 간주하는데, 다중채무자들이 평균적으로 이 수준의 한계에 거의 이르렀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과 신용도까지 낮은 대출자들의 상환 부담은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중채무자 중 소득 하위 30%인 저소득 또는 신용점수 664점 이하의 저신용 상태인 '취약차주'의 2분기 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평균 67.1%였다. 3개월 사이 0.2%p 더 올랐고, 2013년 4분기(67.4%) 이후 9년 6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취약차주 37.8%(48만명)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70% 이상이었고, 이들의 대출은 전체 취약차주 대출액의 68.2%(64조9000억원)를 차지했다. 2분기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자 가운데 취약차주 수 비중은 6.4%로 집계됐다. 1분기(6.3%)보다 0.1%p 늘어 2020년 4분기(6.4%)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컸다.
전체 가계대출자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2분기 말 기준 39.9%로 추산됐다. 지난해 4분기(40.6%) 40%대로 올라선 뒤 세 분기 만에 30%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가계대출자들은 평균 연 소득의 40% 정도를 빚을 갚는 데 써야 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100% 이상인 차주도 전체의 8.6%였다. 가계대출자 전체 1978만명 중 171만명은 연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과 같거나 소득보다 많다는 것.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70% 이상, 100% 미만인 대출자(6.3%·124만명)까지 더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70% 이상 대출자 수는 295만명(14.9%)에 달한다. 결국 현재 거의 300만명의 대출자가 원리금 부담 탓에 생계에 곤란을 느끼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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