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8일 07: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시아 최대 의약전문 유통사인 쥴릭파마(Zuellig Pharma)가 국내 1위 의약 유통업체 지오영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쥴릭파마는 최근 국내외 주요 IB 및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을 대상으로 지오영 인수를 위한 자문사 선임 절차에 나섰다. 지오영의 최대주주는 블랙스톤으로 지주사인 조선혜지와이홀딩스(블랙스톤 지분율 71.25%)를 통해 지오영 지분 99.17%를 보유하고 있다. 블랙스톤 외에 공동창업자 조선혜 회장과 이희구 회장 등이 지주사 지분을 각각 21.99%, 6.76%를 나눠 보유하고 있다. 매각 측은 전체 지분 100%를 기준으로 2조원 수준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쥴릭파마는 아시아 지역 최대 의약품 유통사로 꼽힌다. 스위스계 제약사지만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한국, 베트남, 대만, 필리핀, 싱가포르 등 아시아 13개 국가에서 사업을 꾸리고 있다.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각국에 의약품을 공급한다. 다만 본사 방침으로 자사의 매출 및 영업이익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쥴릭파마의 주요 사업은 의약품 백신 유통 및 제약사들의 임상 시험 전반을 돕는 임상 물류 서비스다. 지오영과 사업 모델이 동일하다. 코로나19 시기 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기반으로 각 국에 냉동 창고를 건설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로 사세를 크게 키웠다. 지오영 인수로 한국 시장의 네트워크를 단번에 확보해 아시아 시장 장악력을 굳히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쥴릭파마는 한국에도 1997년 쥴릭파마코리아를 설립해 사업을 꾸리고 있다. 2001년엔 크리스티안 스토클링 당시 쥴릭파마코리아 사장이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 400여 곳의 의약품도매상이 있지만 제대로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공개 발언하며 공격적인 시장 침투에 나섰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국내 도매상들이 M&A 등으로 사세를 합치며 지금의 지오영으로 합종연횡하기도 했다. 한국 지사의 지난해 매출은 8852억원, 순이익은 14억원 수준이다. 유통 자회사인 지피테라퓨틱스코리아를 통해 종합비타민제 '액티넘'의 유통도 맡고 있다. 지오영, 백제약품에 이어 의약품 유통 기업 중 국내 매출 기준 3위권 회사로 거론된다.
다만 지오영의 매각 구조에 따라 거래 성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은 대외적으로 이번 매각은 재무적투자자(FI)인 블랙스톤의 투자금 회수일 뿐 자신이 경영권엔 영향이 없을 것이란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조 회장이 경영을 지속하는 방침을 고수할 경우 전략적투자자(SI)이자 경쟁사인 쥴릭파마보단 사모펀드(PEF) 등 FI를 더 선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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