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출산율이 오르더라도 현 수준의 인구로 돌아오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2022년 현재 0.78명인 합계출산율이 ‘인구가 유지되는 수준’인 2.1명을 넘는 것은 요원하고, 그때까지 줄어든 인구를 회복하려면 또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인구 감소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 경제적으로 인구 감소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대표적인 분야는 노동 공급과 소비 수요다. 일해서 생산에 참여하고 돈 써서 소비에 기여할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다.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문제는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달로 차원이 달라졌다. 역사적으로 볼 때 기술이 도약할 때마다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등장하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생성형 AI가 상당한 규모로 사무직, 심지어 전문직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일자리 양극화도 진행될 개연성이 높다. 소수의 개인이 AI에 힘입은 고도의 생산성을 갖춰 살아남고 다수는 단순노동에만 일자리가 있는 상황이 예견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력과 일자리의 미스매치와 소득 불균등이 문제가 될 수 있어도 전반적인 노동력 부족 상태에 빠질지는 불확실하다.
국내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장기적인 내수 감소는 경제 퇴보의 원인이자 결과로서 악순환의 한가운데에 있다. 한국이 아무리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여도 나라 안의 소비와 투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 경제가 성장할 수 없다. 일자리 양극화도 내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거나 오히려 퇴보하면 전반적인 국민 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에 내수는 더 줄어든다.
물론 평균적인 개인 소득은 단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에서 인구증가율을 뺀 수치인데, 인구가 감소하면 인구증가율이 마이너스(-)여서 1인당 GDP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아진다. 하지만 악순환으로 경제가 퇴보하면 1인당 GDP도 결국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술 진보에 맞춰 고소득의 혁신적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더욱 중요해진다. 더불어 내수 감소를 극복할 참신한 방법도 다양하게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소득 수준이라도 사람들이 지방에서 소비하는 비중이 늘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최소한 일석삼조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첫째, 소비를 통해 생산을 자극하는 효과가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서 클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는 비율은 소득이 낮을수록 크다. 같은 금액이 소비돼 누군가의 소득이 될 때 그 소득이 다시 소비되고 다른 누군가의 소득이 되는 선순환 효과는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수도권에서 더 클 것이라는 의미다.
둘째, 지방에서 소비와 생산이 증가하면 생활 인프라 성격의 비즈니스를 유인하게 되고 이것이 다시 사람을 불러들인다.
셋째, 다양한 연구에서 인구 밀도가 높을수록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방에서의 경제활동이 증가하고 수도권의 인구 밀도가 사실상 떨어지면 출산율에 긍정적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생활인구라는 개념이 있다. 지역에 머물면서 지역 활력을 높이는 사람까지 지역의 인구로 보는 인구 개념이다. 예컨대 관광이라도 지역에 월 1회 이상 방문한 사람은 생활인구에 포함된다. 따라서 지역별 생활인구의 합은 전체 인구보다 크다. 줄어드는 인구를 슬기롭게 부풀려 쓰는 방법을 이 개념에서 찾을 수 있다.
청년을 중심으로 서울로 향하는 개인적 선택은 누구도 막기 어렵다. GDP 중 비수도권 비율은 2015년 수도권보다 낮아진 이후 급격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지방에서 생활의 일부를 영위한다면 인구 감소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 그러자면 일차적으로 지방의 땅이나 주택을 소유하는 데 다주택자 중과세 같은 불이익이 없어져야 한다. 변화가 늦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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