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소더비 홍콩 경매에서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의 초상화 ‘폴레트 주르댕’이 3490만달러(약 473억원)에 낙찰되자 미술계가 술렁였다. ‘누구나 아는 거장의 명작’인데도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2015년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4280만달러(약 580억원)에 팔렸던 작품이다.
다른 여러 작품도 마찬가지 신세였다. 이날 1700억원에 이를 것이라던 낙찰가 총액은 실제 943억원에 그쳤다. ‘시장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다’던 아시아 미술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김빠진 경매는 이튿날 필립스 홍콩 경매에서도 반복됐다. 낙찰총액은 약 3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열린 경매 낙찰총액(455억원) 대비 28% 감소했다.
미술계에서는 “중국 부자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위기가 겹치면서 슈퍼 리치들도 타격을 입었다는 얘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한 ‘공동 부유’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시 주석은 “모든 국민이 공동으로 잘사는 사회를 만들자”고 강조하고 있다. 미술계 관계자는 “부자들의 사치를 비판하는 분위기에서 고가의 미술품을 보유하거나 구입하면 ‘시범 케이스’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이런 불안감이 홍콩 경매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경매사들은 홍콩 경매시장 상황을 의식한 듯 10월 경매의 ‘간판 작품’으로 한국인 컬렉터들이 선호하는 작품을 내세우고 있다. 케이옥션은 오는 25일 열리는 경매에 총 93점, 65억원어치를 출품한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시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장욱진의 1989년작 ‘새’(추정가 1억5000만~2억원)와 박수근의 1956년작 ‘가족’(5억~8억원), 이중섭의 1956년작 ‘돌아오지 않는 강’(1억5000만~4억원) 등 한국 대표 근현대 작가의 작품을 리스트에 올렸다.
서울옥션은 24일 개최하는 경매에서 총 98점, 92억원 규모의 작품을 내놓는데 대표작이 18세기 전반의 달항아리 ‘백자대호’다. 경매 시작가 35억원으로 낙찰되면 국내 달항아리 최고가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최근 세상을 떠난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의 8호 크기 ‘묘법 No.171020’(1억~1억8000만원)도 관심을 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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