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와 같은 저출산이 이어지고, 대학 입학정원이 유지된다면 2040년 절반 이상의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7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연구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출생아 25만 명(2022년 기준)과 대학입학정원 47만 명이 그대로 유지되면 2040년에는 50% 이상의 대학이 신입생을 채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대의 상황이 심각했다. 연구팀은 경복궁을 기준으로 전국 모든 대학 주소지와 위도·경도를 반영한 거리를 산출해 거리에 따른 2023학년도 대학 신입생 경쟁률, 신입생 충원율, 졸업자 취업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신입생 경쟁률은 서울과 거리가 멀수록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원 내 신입생 충원율과 졸업자 취업률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지방대는 신입생 경쟁률, 신입생 충원율, 취업률 등이 모두 낮았다. 한때 인기를 누린 지방 거점 국립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 대학의 취업률은 50~60% 정도로 사립 지방대와 비슷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46년 시·도별로 대학이 생존할 가능성은 전남 19%, 울산 20%, 경남 21.7%, 전북 30%, 부산 30.4% 등 50% 미만인 곳이 대부분이었다. 서울(81.5%) 세종(75.0%) 인천(70.0%) 등은 높게 나타났다. 소위 ‘벚꽃엔딩’(벚꽃이 피는 순서로 대학들이 문을 닫음) 가설이 확인된 셈이다.
양 교수는 “수도권 쏠림현상과 함께 지역 간 경제력 불균형이 점차 심화하고 지방대학 소멸 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며 “현재 지방대학 미충원율은 수도권의 두 배에 달해 2040년에는 지방대 60%가 소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지방대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급격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을 국가 존폐의 위기 상황으로 판단해 전담 부처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대학 재정 투자를 늘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OECD 평균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 규모를 1로 볼 때 한국은 0.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0.9) 프랑스(1.2) 등 주요국보다 낮다.
양 교수는 “4년 단임 임기제를 바꿔 유능한 총장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방대들도 특성화, 구조조정, 책무 강화 등을 통해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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