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현대자동차 개발팀에 취직시켜주겠다며 1억5000만원을 갈취한 브로커 일당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와 공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17일 경기 화성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현대차 입사를 미끼로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피해자 한 명에게 1억5000만원을 뜯어낸 박모씨를 사기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박씨는 피해자인 김모씨로부터 △노조위원장 청탁금 △사원 주식 구입금 △추천인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수개월간 수천만원씩을 받아 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박씨 가족과 평소 친분이 있었다. 김씨는 박씨 가족으로부터 ‘아들이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 다닌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들었다. 그러면서 “뒷돈을 주면 추천을 통해 입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김씨 측은 “박씨 역시 이런 방식으로 입사했다고 들었다”며 “박씨 가족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이 말을 믿었다”고 주장했다. 무직인 박씨는 김씨를 만날 때마다 현대차 근무복을 입고 나오는 등 치밀하게 현대차 직원 행세를 했다.
김씨가 취업에 관심을 보이자 박씨는 뒷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2020년 1월 “남양연구소가 경력직 직원을 채용한다. 현대차는 노조 힘이 세기 때문에 노조위원장에게 위로금을 줘야 한다”며 돈을 요구했다. 김씨는 선수금으로 2000만원을 입금했다. 이후에도 수개월에 한 번씩 취업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등 각종 명목으로 돈을 받아갔다.
지난해 6월 합격 문자를 받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김씨 측은 “‘내년 1월 입사가 확정됐다’고 말했지만 추천인 보증금 1200만원을 더 뜯어내려는 수법이었다. 이렇게 김씨가 준 돈은 1억5000만원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취업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는 거짓 설명이 반복되자 김씨는 지난 4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박씨 이외에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대차 인사팀을 사칭한 공범 등을 찾고 있다”며 “김씨 이외에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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